[우리말쓰기] ‘학연’은 문장 길이가 좀 길어지더라도 ‘대학과 연구 기관’으로
[우리말쓰기] ‘학연’은 문장 길이가 좀 길어지더라도 ‘대학과 연구 기관’으로
  • 박철홍
  • 승인 2020.10.15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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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정부 정책, 시민사회 연계 활성화와 중간지원 조직의 효율성, 성장 제고
‘컬래버레이션’은 ‘협업’으로 순화해야
포럼 세미나는 토론회 설명회 등으로
‘허브’ ‘플랫폼’은 처음 이름 지을때
‘중심’, ‘기반’으로 쓰기 시작했어야



경남 사회적 경제 통합 지원 센터(이하 ‘센터’)와 경남 사회 연대 경제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조합’)의 내년 사업 계획은 희망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센터의 내년 사업 계획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사회적경제 기업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경남의 사회적경제 △사회적 가치 확산과 사회 혁신을 이루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경제 당사자 협의체 성장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정부 정책, 시민사회 연계 활성화와 중간지원 조직의 효율성, 성장 제고 등이다.

이 센터의 사업을 네 차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고, 사용 용어를 쉬운 말로 바꿔 보는 것은 이 사업이 일상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에는 마지막 사업 계획인 ‘정부 정책, 시민사회 연계 활성화와 중간지원 조직의 효율성, 성장 제고’를 들여다볼 차례다.

사업의 세부 계획은 △사회적경제, 학연, 시민사회, 언론, 노동계 간 네트워크 활성화 △사회적경제 실태조사 및 정책 개발 △시군별 통합 중간지원조직 설립 지원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공공이 만드는 유아교육 협동조합 △정부의 정책 사업, 경남의 기업, 재단과 연계 사업 진행 등으로 짜여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경제-학연-시민 사회-언론-노동계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정 기관과 몇몇 관련 단체와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반에 사회적 경제의 개념을 도입하고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학부모-교사-지역 사회-공공이 함께 유아 교육 협동 조합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관심을 끈다. 출생률 저하, 인구 절벽 시대를 이겨 낼 만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아기를 낳는 것은 한 가정의 일이지만 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회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사회적 경제라는 틀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학연’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가리키는 듯하다. 흔히 언론 보도에서 ‘학연산’, ‘산학관연’, ‘민관학’과 같은 말을 보게 되는데 이는 각각 ‘대학-연구 기관-산업체, 산업체-대학-행정 기관-연구 기관, 민간단체-행정 기관-대학’을 가리키는 줄임말이다.

이런 말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언론 보도를 읽는 일반인들도 쉽사리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아무튼 여기서 ‘학연’은 문장 길이가 좀 길어지더라도 ‘대학과 연구 기관’으로 풀어 써 주면 좋겠다. ‘네트워크’는 지난 시간에 말한 대로 ‘연결망, 연계망, 관계망’로 순화하여 쓴다.

센터와 조합이 작성해 놓은 세부 사업 계획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네트워크, 프로그램, DB, 포털 웹 사이트, 거버넌스, 모델, 포럼, 세미나, 플랫폼, 매칭’ 등과 같은 외국어가 들어 있다. 앞서 언급한 ‘학연’, ‘협업사업’이라는 말도 있다. ‘협의체, 추진체’ 같은 말도 있다. 언뜻 보기엔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정확한 뜻이나 개념을 물으면 우물쭈물하게 만드는 말이다. 흔히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하는 말을 ‘협업’으로 순화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개념이다.

외국어 가운데 ‘포럼’과 ‘세미나’가 있는데 이 둘의 뜻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심포지엄, 워크숍, 콘퍼런스’처럼 여럿이 모여 토론하거나 발표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많다. ‘라운드 테이블’도 그런 형태의 하나이다. 요즘은 ‘퍼실리테이션, 컬로퀴엄’이라는 말도 쓴다. 가능하면 ‘토론회, 설명회, 공청회, 학술 대회, 발표회’처럼 더 쉬운 말을 찾아 쓰면 좋겠다.

‘플랫폼’은 참 난감한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플랫폼’을 ‘기반, 장/승강장/덧마루’로 다듬어 쓰라고 안내한다. 맨처음 정책 이름이나 사업 이름을 지을 때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고 ‘기반’이라고 했더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앙 정부에서부터 ‘플랫폼’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지방 정부나 사업 부서에서 난감해졌다.

최근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경남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의 원래 이름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인데 이 긴 이름을 줄이다 보니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으로 됐다. 처음부터 ‘지역혁신 기반 사업’이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10여 년 전에도 ‘허브’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허브’, ‘플랫폼’을 처음부터 ‘중심’, ‘기반’으로 쓰기 시작했다면 모두들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경남 사회적 경제 통합 지원 센터의 내년 사업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양극화, 불평등, 빈곤, 배제, 차별 등의 문제를 사람 중심, 포용, 통합으로 이겨 내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들어 있다. 이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경남’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언론을 통해 도민들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때 쉬운 말, 깨끗한 말, 간결한 말을 사용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정책 용어는 우리를 편하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박철홍기자·도움말=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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