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팽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팽이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5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팽이
 
 

 

팽이야 돌아라!


달팽이야 돌아라

멈추면 거기가 바로

천 길 낭떠러지란다

-진효정(시인)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잠시 머무르게 할 뿐 아니라 정성껏 바라보게 만든다. 팽이와 달팽이의 상관관계에서 그 어원을 더듬다가 이가림 시인의 ‘팽이’라는 시를 읽어본다. ‘내 몸을 쳐라 더 세게… 내 몸을 쳐라 더 아프게’ 팽이의 속성이 잘 드러난 수식 문장이다. 진효정의 ‘팽이’ 또한, 멈추는 순간 죽음이듯 느리지만 끊임없이 제 길을 가야 하는 달팽이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기도 하겠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는 기꺼이 소진될 존재이지만 희망을 품고 오른 달팽이에게 저 직립의 나무는 생의 무대인 것이다. 아래를 바라보면 분명 컷(cut)이겠지만 큐(cue)를 외치며 천천히 오르는 모습이 경이롭지 않은가. 그렇다면 망망대해 같은 삶속에서 문학(詩)이란,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서 잔잔히 항해할 돛단배가 아닐까./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