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노을에
[주강홍의 경일시단] 노을에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8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을에 /유담


오늘도 피 터진 하루 말갛게 씻어 널었다

고단한 빨래에 배인 핏물 가시어
내가 내 그림자를 끌어야 하는 시간
일상은 잠시 엄숙해 지는데

경례하듯 능선을 지나는 새 떼

밀레의 그림에 갇혀 영원히 기도하고 서 있는 이
이리로 나오라
나오시라

붉은 강 하염없는 여울에 술 한 사발 부어 놓고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시간에

-----------------------------------------------------

하루치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모든 빛을 걸머지고 서녘으로 넘어가는 모습에서 피 터지게 살아온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제 그림자도 거두어들이고 고단한 하루를 켜켜이 접어 널린 빨래처럼 개어야 할 시간, 더 늦기 전에 둥지로 향하는 새 떼들의 모습처럼 장엄한 질서다.

어쩐지 영원히 선택 없는 노동에 시달릴 것 같은 그림 속의 그들을 불러내어 노을이 타는 강가에서 속내를 펴놓고 나누고 싶은 것은, 나의 진부한 일상을 헹구고 거부할 수 없는 반복을 위안하고 싶은 것이다. 어께에 걸친 세상을 붉게 만드는 시 한편을 만난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최창민
  • 고충처리인 : 박철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