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취도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거제 취도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8 1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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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거제시 사등면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 취도에는 러일전쟁 당시의 일본 연합함대 총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35년, 육군성과 진해 해군요항사령부에서 세운 포탑기념비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섬은 개미 허리처럼 잘록하게 생겼고, 탑은 섬의 남쪽 언덕에 뾰쪽하게 솟아 있다. 시멘트 기단 위에 세운 높이 4.17m, 폭 2m의 콘크리트 사각 탑신에 장식된 90㎝의 녹슨 포탄이 박혀 있다. 마치 포탄을 숭배하는 분위기이다. 기념비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하여 꼿꼿하게 서 있는 녹슨 포탄은 자신이 취도를 철저하게 유린한 침략자였음을 자랑하고 있다.

도고는 뤼순함대를 격파한 후 1905년 2월부터 발틱함대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이곳 취도를 과녁으로 함포사격 연습을 했다. 이 연습으로 인하여 취도는 아주 작살 났다. 지금의 취도는 본래 면적의 약 2%에 불과하다는 기록도 있다. 원래는 섬 이름이 ‘독수리 섬(鷲島)’이었으나 일본군이 함포사격 연습을 하면서 ‘불타는 섬(吹島)’으로 바뀌었다. 일제는 발틱함대와의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한 지 30여 년이나 지나서 이 기념비를 세웠다. 취도에게 얼마나 고마웠으면 함포사격 훈련한 사실을 기념하는 포탑기념비를 세웠을까. 그만큼 러일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탑의 정면에 ‘취도기념(吹島記念)’이라는 글자와 함께 해군 중장 고바야시 세이자부로(小林省三郞)라고 새겨져 있다. 고바야시 중장은 탑을 세울 당시 진해 요항부 사령관이었다. 뒷면에 해군 중장 이치무라 히사오(市村久雄)가 쓴 비문에는 우리 근대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제목이 ‘취도회고(吹島懷古)’라고 새겨져 있는데 그는 진해에 있던 해군 경비부 사령관이었다.

‘취도는 진해만 서쪽 한 모퉁이에 있는 섬이다. 일로 전쟁 때 아군(일본 해군)의 연합함대가 대기했다.(吹島在鎭海灣西隅 日露戰爭之際 我聯合艦隊待機在干此). 밤낮으로 실탄사격을 이 섬을 표적으로 했다. 그러니 섬의 원형을 유지할 수 없었다.(日夜行實彈射擊 以此島爲標的 殆不留原形) 일본해에서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친 것 역시 이 섬에서 힘입은 바가 많다. 이제 비를 세워 찬양하는 시를 지어 기리는 바이다.(日本海之功名亦多所負干此島 今建碑成詩以頌之云爾)’

‘취도에 일권을 가하니 옛 형태가 없어지고, 돌은 어지러이 부서지고 모래가 뒤집히고 포탄이 뒤덮었도다. 기쁜 마음으로 일어난 일을 이어서 서술하여 찬양하며, 천년토록 쇠퇴하지 않도록 황국을 보좌하리라.(一拳吹島 舊形無 亂石崩沙鐵火敷 喜得宣楊連述事 千年不朽補皇國)’

기념비는 취도의 평화를 유린한 자신의 범죄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승리에 도취되어 있다. 자신들로 인하여 섬의 원형이 파괴되었음을 인정하는 일제 침략의 귀한 역사적 자료이다. 얼마전에 진해근대문화유산보전회의 회원 10여 명과 함께 취도에 다녀왔다. 계도마을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의 거리였다. 약 1.9㎞이다. 별도의 접안시설이 없어서 그냥 섬 주변 가까이에 배를 대고 바위에 뛰어 내렸다. 취도는 100% 바위섬이다. 바위는 일본의 포격에 만신창이가 된 슬픈 모습이었다. 섬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섬에는 이런 취도의 아픔을 적어놓은 안내판이 없었다. 정성으로 취도의 슬픈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세우고, 선착장에서는 별도로 설명서를 만들어 나누어 주면 좋겠다.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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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척결 2021-03-21 00:40:26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친일흔적은 깨부셔 남겨서 후대 생각하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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