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꽃보다 학생
[교단에서]꽃보다 학생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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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어의 하위 과목에 문학이 있다. 이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인데, 주지하다시피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말한다. 학교의 문학교육도 예술의 일부인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universal)의 미적 질서, 즉 아름다움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은 ‘모양이나 색깔, 소리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을 말하는데, 비단 예술 작품이 아니라도 인간은 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 한다. 외모적으로 예쁘고 싶은 욕망에서 주거 공간을 멋지게 꾸미려는 모든 행위가 아름다움의 추구로 이어진다. 그럼 이런 미의식에서 찾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객관적인 아름다움 순위를 매길 수 없겠지만 ‘꽃’을 첫 번째로 꼽는 사람이 많다. 이 아름다움의 으뜸인 꽃과 비교하여 대상을 돋보이게 하려는 시도도 종종 있었다.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나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란 예능 프로도 있었지만 1997년 가수 안치환이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단연 으뜸일 것이다. 외로움을 이겨내고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살면서 사랑을 아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선호는 의료인이나 법조인, 그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고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의사들이 매일 만나는 사람은 병마에 찌들어 고통 받는 환자들뿐이고, 법조인들 또한 상대하는 사람들은 파렴치한 사기꾼이나 흉악한 범죄자들뿐이다.

이분들에 비하면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개념 없는 학생이나 진상 짓을 하는 학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하찮은 연봉에 고달픈 잡무,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래에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힘차게 뛰놀고 해맑은 웃음을 가진 학생들, 나보다 친구를 위하고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려는 학생들과 생활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봄날 교정의 흐드러진 꽃 덤불과 가을의 낙엽도 아름다움을 교긍(驕矜)할 수 없을 것이기에 확실히 꽃보다 학생이다. 이런 학생들과 생활하는 선생님들은 참으로 복 받은 분들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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