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 벗어던지고 넉넉하게 걸어보자
답답함 벗어던지고 넉넉하게 걸어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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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비봉산을 가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요즘이다. 답답한 시공간을 한달음에 벗어나 넉넉하게 거닐기 좋은 곳이 진주 비봉산이다. 진주 도심을 둘러싸고 있어 어디서든 접근이 쉽다.

진주 시내에서 합천으로 가는 말티고개를 가로지르는 봉황교로 향했다.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야트막한 언덕 같은 산으로 걸음을 내딛자 꽃댕강나무들이 하얀 팝콘 같은 꽃들로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고소한 꽃 내음 사이로 싱그러운 기운이 와락 안긴다.

봉황교는 비봉산과 선학산을 잇는 다리다. 봉황교에 이르면 중화요릿집에서 짜장면과 우동 중에서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하게 하듯 비봉산과 선학산 중에서 생각이 잠시 깊어진다. 아름다운 진주 남강과 어우러진 도심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선학산 전망대까지 봉황교에서 2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부지런한 이들은 선학산 전망대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오가며 진주에 깃든 풍광을 온전히 담기도 한다. 오늘은 비봉산 정상에서 봉황숲 생태공원~ 산마루길-말티문화숲-봉황교로 이어지는 3.4㎞ 생태탐방로로 방향을 잡았다.

어디를 걸어도 좋다. 잘 닦인 임도를 걸어도 좋고 폭신한 흙이 주는 감촉이 좋은 오솔길도 그만이다. 비봉산은 높이 138m로 아담하지만, 결코 높은 산에 견줘 손색없는 풍광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산마루를 거닐면서 함께하는 진주 시내의 풍광은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등산로보다는 산책로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도시 숲속 곳곳에 뭇사람들의 바람이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에 모여 작은 돌탑을 이뤘다. 돌탑을 지나자 넓적한 평상이 쉬어가라 유혹이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혹에 넘어갔다. 서둘러 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가 없다. 급할 필요가 없다. 숨을 고르고 숲속을 거닌다. 흙이 주는 감촉이 좋다.

숲속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건네는 들꽃에 눈길을 주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오가는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며 지난다.

남으로는 강낭콩보다 더 푸르다는 남강이 진주 시가지를 에둘러 흘러가며 먼발치에서 든든한 벗이 되어준다. 대봉정 아래 뜨락에 그네 의자에 육중한 몸을 옮겼다. 흔들흔들. 가을 하늘과 진주 시내 풍광이 덩달아 흔들흔들 춤을 춘다.

여름의 열기를 한껏 머금었던 진분홍빛 배롱나무꽃들이 가을과 작별하고 있다. 대봉정에 오르자 다시금 시원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진주의 풍경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남강은 빛이 좋은 날 보석처럼 반짝이다가 해질녘이면 황금빛으로 변한다.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아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되었다. 병풍처럼 펼쳐진 진주 시내를 구경하는 사이로 바람이 시원하게 오간다. 덕분에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바람에 날려버렸다. 보약 한 첩을 지어 먹은 듯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시간 사치를 누릴 부자라도 된 양 주위를 여유롭게 거닌다. 대봉정에서 숨을 고르고 2km의 대봉숲 자락길로 발길을 옮겼다. 곳곳에 놓인 그네 의자와 그늘막이 오가는 이들을 쉬어가라 붙잡는다. 비봉산 정상 쪽으로 가려면 다시 왔던 길을 돌아와야 하지만 절대 아쉽지 않은 풍경과 함께 마음에 넉넉함을 안겨준다. 혼자와도 좋지만 연인 또는 부부끼리 왔다면 더욱 친근한 시간을 만들기 좋다.

비봉산자락 숲과 길은 천천히 오르고 내리기 그만이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중간 중단에 쉼터가 있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거닐기 좋다. 때로는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가을 햇살이 내려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비대면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비봉산은 쉼표하나 찍기 좋다. 보석 같은 풍경은 덤이다. 비봉산에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만끽하자.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비봉산 대봉정에서 바라본 진주 남강과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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