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
차 한잔의 여유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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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모임이나 활동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일상에서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명상에 잠기는 여유도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길거리에 늘려있고 테이크 아웃이 일상화된 현대에서도 전통차의 가치는 살아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차(茶)를 즐긴 이유는 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차는 성질이 쓰고 차서 기운을 내리게 하여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주며 아울러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차는 약으로 애용되다가 기호 음료가 되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정신을 각성하게 만든다.

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찻잎의 형태, 산지, 품종, 채적시기, 건조방법, 가공방법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공방법에 의해 분류되는 6대다류(六大茶類)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한 가지 찻잎을 가공을 달리하면 6가지 형태인 녹차(綠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로 나누는데 발효정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녹차는 투명한 푸른빛 찻물색과 싱그러운 맛이 일품이다. 중국에서도 차 생산의 70%이상이 녹차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보성, 하동, 제주를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녹차는 폴리페놀과 비타민C의 함량이 높아 고혈압, 당뇨, 비만, 동맥경화에도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차와 관련된 일화로서 끽다거(喫茶去)는 조주(趙州)선사가 남긴 화두이다. “불법(佛法)의 큰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에 조주 선사는 대답 없이 되물었다. “이곳에 온 일이 있는가?” 수행자가 대답했다.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자 다시 조주 선사가 말했다. “그러면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곁에 있던 또 다른 수행자가 물었다.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큰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는 그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이곳에 온 일이 있는가?” 그러자 또 다른 수행자가 답했다. “예, 한 번 있습니다.” 이에 조주는 다시금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옆에서 듣고 있던 원주(院主) 스님이 물었다. “스님! 어째서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사람이나, 한 번이라도 온 적이 있는 사람이나 모두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라고 말씀하십니까?” 조주 선사는 원주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원주, 자네도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조주 선사의 이 일화에서 끽다거 화두가 비롯되었다.

차의 품성은 ‘쉼’이다. ‘쉼’이란 끊임없는 경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마라톤 같은 인생살이에서 멀리 가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쉬어가야 한다. ‘차’는 흐름을 쉬어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차인으로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는 거친 시대 현실 속에서 한발짝 물러나 자신을 차와 함께 가다듬었다. 차와 함께 현재의 삶을 쉬면서 그들은 그 쉼을 통해 자신을 보고 시대 현실을 관통해냈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쉼을 통해 마음과 몸을 정화해 새로운 생의 활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다도(茶道)라는 형식을 따지지 않더라도 편하게 생활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말처럼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수행이 되는 것이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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