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공화국에 회오리 몰아치나
펀드 공화국에 회오리 몰아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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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개인적으로 물정에 어둡다. 세상이 다 아는 유명 브랜드 이름 하나도 무슨 단어인가 하고 끙끙거릴 정도다. 금융상품명도 물론 번번이 사전(辭典)에 의지하려 드는 우물 개구리다.

이런 먹통 눈에 ‘라임·옵티머스 펀드’가 두어 달째 욜랑거린다. 덩달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펀드’도 명함을 내민다. 조국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사모펀드… 그야말로 펀드 시리즈다. 여기에 신라젠은 또 뭔가. 일찍이 인명과 지명 따위 다음절 고유명사가 짜증스러워 서구 소설을 거의 안 읽은 터다. 그런 터수에 펀드 시리즈 기사를 애초 깊이 읽었을 리 없다. 하지만 결국 읽었다. ‘펀드 사태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란 야당대표의 규정 때문이다.

예의 그 버릇대로 사전부터 뒤적인다. 펀드는 옛날의 다나모시 비슷한 돈 불리기이려니, 나름 파악했다. ’오야’가 곗돈 몽땅 챙겨 사라지는 일이 곧잘 터지던 그 계(契)가 다나모시다. 하지만 라임은 레몬 종류인지 석회질 비료인지 킥보드인지 헷갈렸고 옵티머스는 무슨 스마트폰 제품명인가도 싶었다. 아마 다 틀렸을 거다. 사전 뒤적거리는 정도 노력으로 시중에서 비아냥대는 ’펀드공화국’의 실체를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검찰이 벌이는 뇌물 범죄 수사는 신문사 사건부서 취재 영역이고 대개 사회면에 싣는다. 한데 요즘 라임·옵티머스 펀드 기사는 지면 중요도가 으뜸인 1면 또는 정치면에 실린다. 등장 인물의 상당수가 정치·권력 쪽 사람들이어서다. 물론 관련 기사는 사회면에도 있고 경제면에도 있다. 펀드 사건의 얽힘이 워낙 복잡하여 지면 배치도 뒤죽박죽이다.

라임 자산운용사의 환매 중단 사태에는 현 정권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름이 얽혀 있다. 또 조국 전 민정수석도 거명됐다. 며칠 전에는 이 건 관련 범죄자의 옥중 편지를 근거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박탈됐다. 그바람에 수사 흐름이 틀어지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물론 모두 라임 전주(錢主)의 주장이고 당사자들은 버럭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전 행정관이 수천만 원을 받아 구속돼 있다.

옵티머스펀드는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공공기관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들여 형편없는 무명 소기업에 쑤셔넣었다는 거다. 여기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도 5억 원을 투자했다. 본인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한다. 옵티머스에는 또 청와대 여성행정관의 이름도 나온다. 그녀 남편은 옵티머스 이사였다. 그는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되자 5백만 원이던 월급이 일약 천오백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내외가 다 변호사다. 한쪽은 지금 감방에 있고 한쪽은 국내에 없다. 이래서 사람들은 권력이 뒤엉킨 냄새를 느낀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보는 여야의 눈은 극명하게 다르다.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라고 하고 여당은 그저 금융사기라고 한다. 어느쪽이 맞을까. 검찰은 뒤늦게 수사 인력을 늘리는 등 술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수사 의지가 충만한지 갸웃거리는 게 지금 항간의 시선이다. 대통령이 며칠 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청와대더러 성역은 없다며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옳은 지시다. 하지만 야당은 그 진정성에도 의문을 품은 듯하다. 지켜볼 일이다.

종편방송과 유튜브를 틀어보면 라임·옵티머스가 더 큰 사태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허다하다. 걱정스럽다. 두메골 이방이 조정 일 염려하는 격이지만 한마디 하고 싶다. 대통령 지시대로 똑바로 수사하라. 하여 권력이든 뭐든 죄 있는 자는 모조리 까발려라. 그러지 않고 어물쩍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권력보다 더한 것도 휩쓸어버리는 회오리를 피하기 어렵다. 그게 멀지 않은 역사의 가르침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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