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의 교훈
테스형의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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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 (문화예술기획자)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이라는 유명 가수의 노래 가사로 난데없이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소환되었다. 동굴의 비유를 통한 현실과 이데아를 제시 한 플라톤,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알렉산드 대왕의 물음에 ‘햇빛이나 가리지 말라’고 한 디오게네스 같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준 소크라테스, 그는 살아생전에 책 한 권 쓰지 않고도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살았던 그리스 아테네는 당시 기득권 세력의 행패가 심하고 국정이 혼란해 점점 쇠락하던 국가였다. 망해 가던 아테네가 다시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파하던 사람이 소크라테스였다. 단순히 아는 것이 지식이라면 아는 것을 실천까지 동반하는 것이 지혜이다. 상대에게 질문으로 답을 끄집어 내는 대화법을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고 하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너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믿음인지를 깨닫게 했다.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확신하는 모든 ‘아는 것’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규정하고 싶어 했다. 아테네의 기득권 세력들은 그런 그를 경멸했고, 70세 고령임에도 재판에 넘겨졌다. 죄목은 국가가 정한 신을 부정한 것과 청년들에게 타락하는 가르침을 했다는 것이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1787년에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보면 억울한 죽음보다 망명을 요구하는 제자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고 설득하며 독배를 들고 자신이 믿는 진리를 스스로 지키고 신념을 실천하는 장면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그리스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의 현판에 적힌 글귀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사유한다는 것은 ‘있음’으로 총칭되는 존재를 향한 고민이다. 내 생각이 옳다는 것에 사로잡혔을 때, 내 생각 외의 생각, 나와 같지 않은 것은 참을 수 없거나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내가 옳다는 것은 생각일 뿐이다. 안다는 것은 곧 보는 것으로, 보이니까 있는 것(存在)으로 인식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죽는다.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나 카메라의 렌즈나 호수에 비친 모습을 진짜 자기 모습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삶에는 항상 변수라는 게 있어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소크라테스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너의 한계를 알아라, 늘 겸손하고 감사하라는 것이 아닐까.

임현숙/문화예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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