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가을 끝자락 상강(霜降) 즈음에
[천왕봉]가을 끝자락 상강(霜降) 즈음에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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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월 23일)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마지막 절기다. 여전히 하늘은 높고 날씨는 쾌청하다. 낮 기운 또한 따스하고, 온화하다. 하지만 아침·저녁에는 추운 겨울이 오는 듯 쌀쌀한 기운이 가득하다. 가을의 화려함과 쓸쓸함이 함께 묻어 있는 시기다.

▶조선 중기 학자 권문해는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서 상강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대한민국의 지금 상강 즈음 상황을 권문해가 보면 이렇게 묘사할 것 같다. “쫓겨나고, 망하고, 빚만 늘어나는 된서리가 내리니, 바라보는 나라의 앞날이 암울해 보이고, 코로나에 놀란 사람들은 공포감 속에서 우왕좌왕 하네. 생존의 기로에 놓인 국민들은 한숨과 한탄으로 가득한데, 울타리 속 코로나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은 빛나네….”

▶나라에 상강 때 서리 보다 더 독한 된서리가 내려져 국민이 힘들건만 위정자는 ‘내 몰라라’다. 민생은 뒷전이고, ‘사욕’챙기기에만 급급한다. ‘이들이 왜 그러냐’고 테스 형에게 물어 봤는데 ‘모른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훈아 형이 답을 준 것 같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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