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찬바람 불어야 맛보는 통영 생굴 채취 현장
[르포] 찬바람 불어야 맛보는 통영 생굴 채취 현장
  • 박도준
  • 승인 2020.10.25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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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묘 단련 생육 채취 굴까기' 수작업으로 극한 환경 극복
바다의 향기 가득 머금고 있는 생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남해안 굴은 찬바람이 불 때인 10월 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계속된다. 올해는 산소부족 물덩어리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10~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굴 생산량 70%를 담당하고 있는 통영, 거제, 고성 일대 바다 양식장은 거의 모두가 굴 양식장이다. 굴 초매식을 즈음해 지난 22일 통영굴수협이 공개하는 굴 채취현장, 초매식현장을 찾았다.

통영수협 견유위판장 선착장에서 목덜미를 싸늘하게 만드는 찬바람을 맞으며 오전 10시 배에 올랐다. 선착장을 벗어나자 바다는 온통 굴양식 부자들이 도열하는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놓여 있었다. 흰 스티로품으로 만든 건 재래식 부자이고 개량형은 검은색과 주황색을 띤다.

진해만인 통영 용남면 지도 지선에서 있는 굴 채취현장은 아침 7시께 나와 작업을 한 탓에 작업 막바지에 있었다.

보통은 굴을 끌어 올리는 채취선, 뗏목인 운반선, 그리고 관리선으로 선단을 이루는데 이곳은 최신식 채취선과 운반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요란한 기계소리를 토해내는 채취선에 오르자 선장을 비롯한 4명이 일하고 있었다. 유압식으로 구성된 채취선은 원줄(굵은 밧줄)에 달린 굴줄을 낫으로 자르는 작업, 나무전단기로 콤바인벨트를 타고 오르는 굴줄을 끊어주는 작업, 굴을 대형포대에 담는 작업, 포대에 담긴 굴을 기중기를 이용해 옮기는 작업으로 나뉜다.

첫 작업은 닻처럼 생긴 갈구리를 던져 원줄을 끌어올려 채취선에 연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원줄을 동력으로 당기면 굴줄과 부이가 차례차례 올라온다.

원줄에 붙은 홍합과 미역 파래 등 해초들이 제일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뒤이어 부자가 올라오자 낫으로 잘라 이물질들을 털어내고 한 곳을 모았다. 작업자의 얼굴엔 굴줄을 자르면서 튕긴 이물질들이 붙어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수심 7m 안팎에서 1년 이상 자라 통통하게 알이 찬 굴이 달린 굴줄을 자르면 아래로 떨어져 콤바인벨트를 타고 다시 올라온다. 작업자가 굴줄을 일일이 전정가위로 잘라준다. 수천, 수만번의 반복되는 이 작업을 해야 박신장의 굴까기작업이 수월하게 된단다.

대형 원통형 세척기를 통과한 굴들은 벨트를 타고 대형 포대에 담긴다. 다른 곳은 그물포대에 담는다. 한 포대에 700~800㎏이 담기면 기중기로 한 곳으로 옮기는데 한 20개가 모여 있다.

굴은 채묘와 단련기를 거쳐 어장으로 옮겨 굴줄에 27~30폐를 붙여 물속으로 넣는다. 남해안 수하식양식굴은 굴을 붙인 조가비를 물속으로 길게 늘어뜨려 키우는 방식으로 조수 간만의 차로 키우는 자연식에 비해 늘 바닷속에 있기에 먹이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비만도가 높아 크고 통통하며 가장자리에 검은테가 선명하다.

이 양식장에는 길이 150m의 원줄 400여개가 있으며 원줄 하나에 7m 길이의 굴줄 25개 정도가 달린단다. 현재 작황으로는 700~800㎏ 한 포대에 생굴 30~40㎏가, 작황이 좋으면 70~80㎏까지 나온단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심한 한 겨울에도 물량을 대기 위해 계속 작업을 해야 고된 작업이다.

20여년간 양식업에 종사했다는 굴어업인 지승민(43) 씨는 “남해안 바다는 물이 맑고 플랑크톤이 풍부해 굴 성장에 최적의 장소이지만 올해는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인해 작황이 예년만 못하다”면서 “홍합 성게보다 굴은 입을 다물면 잘 죽지 않아 생존률이 높은 편이라 그나마 피해를 덜 입었다”고 밝혔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박신장으로 옮겼다.

박신장에도 굴까기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대 위에는 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굴을 한 손으로 단단히 받쳐 잡고 칼을 밀어 넣어 위쪽 껍질을 힘껏 확 제쳐 올려 한쪽 껍질을 떼어내면 굴이 뽀얀 우유빛 속살이 드러낸다. 껍질과 붙어있지 않는 곳에 칼을 들이밀어 넣고 껍질과 붙은 부위를 칼로 긁어낸다.

이 작업의 숙련도에 따라 경력이 차이가 난다. 뱃속에서부터 굴 까는 것을 배웠다는 사람도 있을 만큼 수십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손에 상처를 입는다.

작업자들 앞에 놓인 크고 작은 두 개의 바구니는 국용인 작은 것과 튀김이나 무침 요리용으로 쓰이는 큰 것을 나눠 담는 것이란다.

한 가득 바구니에 담기면 계량기에 굴을 올려 놓고 모니터를 터치하면 본인이름과 작업량이 합산되는 자동시스템이다. 작업량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체계이기에 손놀림이 너무 빨라 말붙이기도 힘들었다.

99번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농산물보다 더 혹독하고 극한 상황에서 어업인들의 손길이 가야 경매에 붙여지고 식탁에 오른다는 바다의 우유 생굴.

빛깔이 밝고 선명한 유백색을 띄고 광택이 있어야 싱싱한 굴이며, 오돌도돌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것이 좋다.

박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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