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치판으로 변해버린 남부권신공항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치판으로 변해버린 남부권신공항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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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논설위원·경남과기대 연구교수)
‘소통’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직에 올랐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면 다 되는 나라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후 “대통령이 ‘월성1호기 폐쇄는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물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산업통상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돌변했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원전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고, 산업부 과장은 다음 날 한수원 본부장을 호출해 장관 뜻을 전달했다. 감사를 받던 산업부 공무원이 원전자료가 담긴 파일을 무더기로 삭제한 것도 금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확인 됐다. 국익이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지금 유럽을 중심으로 ‘탈원전’ 기조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미국·러시아·일본 등은 여전히 원전 유지 및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만은 국가정책 보다 대통령의 말과 결심이 절대적이다.

권력형 비리·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은 “검찰의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와,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말했다. 그 엄정한 수사는 엄정히 그들의 편에서 수사를 하라는 말이었다. ‘조국사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마음에는 ‘조국만 있고,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국민은 없다’는 것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보여주고 있다.

또, 중대한 국가정책이 대통령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아니,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건설이 그것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관문공항’ 공약의 추진이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고, 2018년 9월에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중간보고회까지 개최했다.

그런데, 2019년 2월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서 김해신공항 문제는 다시 국무총리실에서 다룰 필요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 말이 아니라 그것은 가덕도공항으로 결정하라는 지시였다고 보인다. 무려 13년 동안 7번의 정부 용역 결과로 추진 중인 국가정책 사업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 결정이 뒤바뀌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 영남권 진주, 사천을 포함한 4개 지자체와 호남권 5개 지자체의 시장, 군수는 남부권 신공항을 ‘남중권 관문공항’이라고 명명하고, 사천시 서포면에 남중권 관문공항 추진의 강한 의지를 수차례 발표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에서 영호남 9개 지자체의 장이 합의하여 추진한 국책사업은 없었다. 단순한 합의만이 아니라 과학적인 타당성을 담보한 결과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남부권의 관문공항으로 김해공항이나 가덕도신공항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남중권 시장·군수들의 결론이다. 김해공항은 지형적인 악조건과 환경적인 문제점으로 이미 불가 결론이 났다. 가덕도신공항은 대구·경북 신공항과의 지리적 중복성과 동남권에 너무 지우쳐 있다는 것, 교통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과다한 사업비 등으로 타당성이 없다.

정권의 정치적 계산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치는 일이다. 대통령은 이제 남부권 신공항 문제는 부산 가덕도로 추진하는 ‘동남권 신공항’과 경남 사천으로 추진하는 ‘남중권 관문공항’ 두 곳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말로 정부 용역을 지시해야만 대통령의 말이 모처럼 신뢰성을 갖는다.

 
이원섭 논설위원·경남과기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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