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우리 인생이 꽃필 때까지
두드려라, 우리 인생이 꽃필 때까지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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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경남시조시인협회장)
/무쇠 같은 하루가 노을에 닿는 시간/시퍼런 몸에 감춰진 찌든 먼지 털어낸다//속 비운/살구나무죽비/내 등에서 꽃 핀다/꽉 막힌 혈전들이 녹아내리는 몸 속 행간/천 년 전 바람 냄새 스멀스멀 배어들면//그 봄을/기억하는 살구/몸의 터널 환하다/ (졸작 ‘살구나무죽비’ 전문)

‘우리는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일상에서 철학을, 철학에서 또 철학을 넘어서는 질문을 무한반복으로 던지곤 한다. 어느 날 몸이 고달프거나 영혼이 고달파서 사경을 헤맬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지속된다면 ‘삶’은 더욱 절실하고 절절한 물음표가 수평선에 떠 있는 바늘의 갈고리 같다. 고통과 아픔에 대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내리는 답이 어떤 날은 무미건조해지고, 또 어떤 날은 선명하게 떠오르긴 하나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날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정답을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내 영혼의 순환계가 고장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몸의 순환계가 고장 나면 병원에서 진찰받아 처방을 받으면 되겠지만, 영혼의 순환계가 고장 나버리면 고민과 방황이 연속된다. 만사가 귀찮아 사람만나기도 싫을 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좌절과 포기는 결국 세상에 지는 것이니까. 풀리지 않는 일들은 천천히 한 올씩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일은 거미줄처럼 엉켜져 있으니까. 복잡한 길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막혀 있는 영혼의 어혈부터 풀어내야 한다. 죽비로 몸을 내리쳐 몸과 영혼을 깨우듯, 마음의 죽비로 영혼을 내리치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속 시원해질 때까지 마음의 죽비로 내리치자. 한 올 한 올 풀어나가 세상의 끝점에서 시작점을 되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다. 당신이 걸어온 그 길이 힘겨웠지만, 묵묵히 잘 살아온 길이 신성의 푸른 댓잎으로 출렁이거나, 봄날의 환한 살구꽃이 우리 인생에 한 무더기로 쏟아져 내릴 것이다. 노을빛 수평선에 피어나는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고된 일상을 스스로 위무하고, 다시 다잡으며 내일을 향해 후회 없는 전진을 하는 것이다.

천 년 전 바람 냄새 몸속에 스멀스멀 배어들 때까지. 꽃이란 꽃 다 피울 때까지 인내하며 세상의 강을 건너는 것이다.
 
임성구/경남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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