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경남의 섬 (2)
[창간기획] 경남의 섬 (2)
  • 이웅재
  • 승인 2020.10.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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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섬(남해군 조·호도, 통영시 두미도)

◇개요

경남도가 섬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사업은 주민 주도의 섬 마을 공동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섬을 만들어 가는 ‘섬 재생 사업’이다. 그동안 시행해 온 중앙정부 주도의 섬 발전 사업이 방파제와 물양장 등 섬의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섬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각 부처 사업 간의 연계성을 높여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경남도는 자체사업으로 올해부터 매년 2개 섬을 선정, 3년간 최대 30억원(도비 50%, 시·군비 50%)을 투입해 소득증대와 환경개선, 일자리창출 등 섬주민의 피부에 닿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주민 주도로 시행키로 했다. 도서종합개발사업과 어촌뉴딜300사업 등 기존 정부 공모사업과 연계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업의 완성도와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 시행, 관리·운영 단계에 주민·도·시·군이 하나의 사업 주체가 돼 추진하고, 이 과정에 경남도 섬발전자문위원회 등 분야별 전문가 및 청년이 함께 참여할 방침이다.

이번 공모에 도내 7개 시·군 23개 섬이 신청해 1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섬이 새로운 생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국적인 추세를 체감하고, ‘연대도’를 비롯한 친환경적인 개발 사업이 진행된 섬마을에 여행자들이 대거 몰리는 점,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가고 공·폐가가 사라진 점, 마을이 활성화 되는 모양 등을 참고한 열기로 분석된다.

사업 첫 해인 올해 경남도는 1억5000만원의

사업비로 ‘경남 섬발전 종합계획수립 연구용역’에 들어가 지난 8일 경남발전연구원 회의실에서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연말 종합계획이 수립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다.

통영시 두미도 전경


◇현황

-남해군 조·호도

남해군 미조면 남항에서 1일 8회 운항하는 도선 ‘조도호’를 타고 10여분 거리에 있다. 섬 모양이 새(鳥)와 범(虎)을 닮아 조도(새섬) 또는 호도(범섬)라고 부른다. 조도 큰섬과 작은섬, 호도의 3개 마을이 배진행(여·51) 이장을 중심에 두고 한 행정 단위로 관리되고 있다. 조도 64명과 호도 15명 등 총 79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문어와 장어, 볼락, 멸치, 갈치, 도다리, 바지락, 홍합, 미역, 쑥, 마늘 등이 주산물이다. 남해군은 ‘테마 섬’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조도에 2022년 말 준공을 목표로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미도 북구마을 몽돌해변. 원래 해수욕장을 형성했던 몽돌이 방파제 건설 후 물살에 떠밀려 가 바닷속에 잠겨 있다.


-통영 두미도

통영시 서호동 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 운항하는 차도선 ‘바다누리호’를 타고 약 1시간 20여분 거리에 있다. 지형이 머리가 있고, 꼬리가 있는 생물의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두미(頭尾), 또는 전래의 마을 두미동을 계승해 두미·디미라 부르기도 하며, 조선왕조실록에는 ‘미륵이 머물다 간 섬’을 뜻하는 둔미(屯彌)로 기록돼 있다. 두미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남구마을(이장 신태근)과 북구마을(이장 고상훈)은 바다를 바라보며 섬 일주가 가능한 임도로 연결되어 있다. 2개 마을에는 61세대 91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감성돔과 농어, 볼락, 물메기, 고구마, 생강 등이 특산물로 거론된다. 통영시는 ‘물 걱정 없는 섬마을 조성계획’에 따라 해수 담수화 시설 등 식수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미도 북구마을 돌담집. 백구 한마리가 낮선 객을 맞이했지만 짖지도 않고 온화한 표정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두미도 남구마을 전경

 

◇주민 이해도 및 바람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대한 양 섬 주민들의 이해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관 주도가 아닌 민 주도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다소 부족함을 느낀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시범사업의 성격이 짙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섬 주민뿐만 아니라 시·군의 관련 공무원조차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해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고, 본적도 없는 일을 만들어 내고 이뤄가야 하는 것이 이번 사업이다. 다만 “이번 사업이 잘 돼야 다른 섬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며 성공 의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가짐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두미도 남구마을 돌담길. 정겨운 돌담길이 동네 사랑방으로 불리는 보건진료소로 이어져 있다.


양 섬 주민들의 생존에 대한 갈망은 대동소이 했다. 삶의 어려움과 부족함, 채워가야 할 부분이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바람( 希望)도 비슷한 궤도선상에 놓여 있었다. 섬 주민 대부분은 이대로 10년, 길어야 20년이면 섬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생계 수단인 어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데 있다. “기름 값이 싸서 그나마 하고는 있지만 이마저 부부어업인 정도나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지 남을 써서는 나자빠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라고 하소연 한다.

남해군 미조면 남항 선착장. 섬주민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조도호’가 계류해 있다.



인지상정(人之常情 ), 부모로서 누구인들 자식과 여생을 같이 하고 싶지 않겠는가. 섬 주민 또한 마찬가지지만 현실의 장벽이 높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시책은 ‘어업 붕괴로 팍팍해진 생활여건을 개선할 수도 있겠다’는 의지를 북돋워 준다. 고소원불감청(固所願不敢請) 격이다. 섬 마을 지도자들은 “어업의 한계가 명확해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광을 접목할 수밖에 없다”고 한결 같이 말한다. 그러면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법이 이러니 무엇은 안된다(할 수 없다)는 말보다는 어떻게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함께 해 나가자고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해군이 조도 큰섬에 추진하고 있는 ‘다이어트보물섬 조성사업’ 건설현장.
조도 큰섬과 작은섬을 잇는 ‘학교 가는 길’. 남해군청 김연경씨와 마을 류동춘 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이 취재차 방문한 기자에게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취재 후기

섬은 달랐다. 마음 따라 언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육지와는 달리 배를 통하지 않으면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 섬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배를 ‘다리’라 칭하나 보다. 돈으로 해결되는 상점이 없다보니 모든 게 부족했다. 육지완 확연히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육지의 법을 강조하며 따르라면 이번 사업의 성공이 지난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 주민들이 살아야 섬이 산다. 섬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 이 사업은 다른 사업과 궤를 확실히 달리해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일례로 섬 주민들이 관광객, 특히 낚시인들을 애증(愛憎)의 눈길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답이 보인다. 낚시인은 소득원이기도 하지만 섬 생태계 파

괴자이기도 하다. “내 자식을 불러들여 살 수 있는 환경으로 가꿔야 외지인도 들어와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란 섬 주민들

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마을가게·공동작업장·특산물판매장·바닷가 비렁횟집 대야 판매 등등 지속적인 소득원 발굴과 섬 생태계 보전에 사업 참여자 모두의 지혜로움이 담겨나길 기대한다.

본보 취재에 협조해 주신 통영시청 김윤희 김광수, 남해군청 김연경, 특히 두미도 함현자 보건진료소장과 남구 신태근·북구 고상훈 이장, 조·호도 류동춘 위원장과 배진행 이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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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호도 선착장에 놓여져 있는 목선 한척. 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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