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독일인의 도시형 정원농장 ‘클라인 가르텐’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독일인의 도시형 정원농장 ‘클라인 가르텐’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1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조그만 오두막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원들을 전국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이 오두막을 갖춘 조그만 정원은 독일 국민의 반 이상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조그만 정원)이다. 대부분 주말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주말농장과는 개념과 기능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도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자기의 작은 정원으로 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1~2시간씩 일을 하고 간다. 도시속의 작은 정원으로 도시민을 위한 녹색의 안식처의 역할을 하는 클라인 가르텐은 온 가족을 함께 일하며 체험하는 순수한 체험공동체로 묶어준다. 어린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자연의 신비함을 실제 접촉하면서 인격형성에 기여하도록 해주며 노인들에게는 퇴직 후 인생의 황혼기에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적으로 노인들이 흔히 느끼는 사회로부터의 격리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클라인 가르텐은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슈레버 가르텐(Schreber garte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원래 슈레버협회는 정원 가꾸기보다는 어린이 놀이터 마련에 목적을 둔 어린이 놀이터 동호회였다. 슈레버협회나 슈레버 가르텐의 이름은 19세기 중엽에 의사이자 교육자로 독일 특유의 정신병원 창립자였던 모리츠 슈레버 박사(Moritz Schreber, 1808~1861)가 아동 정신병을 치유하면서 “햇볕을 많이 쬐게 하고, 식물을 가꾸게 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 놓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슈레버 박사는 바이마르 공화국이 농업 복지 프로그램을 내놓기 전에 이미 도시농업 형 재배지를 조성하였다. 그가 죽은 뒤 1870년대에는 약 100여 곳의 ‘슈레버가르텐’이 독일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도시에 주택을 가질 여력이 없는 몇몇 재배자들은 농장 안에 조그마한 오두막을 짓기도 했는데, 오늘날 클라인 가르텐의 시초가 되었다

비좁은 도시생활에서 오는 탁한 공기, 운동부족 등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맑은 자연 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운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박사 생전의 바램이었다. 슈레버 박사의 사위인 하우스 쉴트 박사가 슈레버 박사의 사망 후 3주기를 맞아 250명이 넘는 라이프치히 남녀 주민들과 힘을 합쳐 생전 고인의 염원이었던 어린이들이 놀고 운동하기에 알맞은 장소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슈레버 광장(Schreber platz)을 만들었다. 슈레버협회는 슈레버 박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서 학부형들이 협력해서 조직한 단체이다. 그 후 학교 교사인 게셀(Heinrich Karl Gesell) 선생이 이 슈레버 광장에 정원을 만들고 어린 학생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서 농사일을 배우도록 실습농장으로 운영하였다. 바로 슈레버 그라텐이다.

1870년 당시 주택난이 매우 심해져서 많은 정원 임차인들이 정원 안에 나무로 만든 조그만 오두막집을 지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클라인 가르텐의 오두막집의 시초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거주하는 주거용 가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그 크기도 6평 정도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비좁은 주거 조건을 개선해 주기도 하고 정원 동호인 회원들 간의 사회적 접촉을 통한 원만한 사적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도 한다.

클라인 가르텐의 임대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회원 스스로가 정원관리를 할 수 없어 포기할 때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연간 1개 정원 당 평균 소요금액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350유로 정도이며 이 이외에도 종자, 묘목, 시설물 보수 등 매년 유동비용이 추가로 300~400유로 정도 소요된다. 클라인가르텐은 어디까지나 휴식과 여가활용 공간이므로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단지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으며 수세식 화장실도 설치할 수 없다. 물은 지하수를 파서 이용하는데 인력으로 펌프질하여 뿜어 올릴 수 있는 깊이 이상으로 파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에서 생산된 과일이나 채소를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다. 채소 씨앗을 자신들에게 제공한 농민과의 상생을 위해서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