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동남풍
소설 삼국지의 동남풍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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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선조가 ‘삼국지를 읽었다’고 회자되고 있다. 실상은 정사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지를 각색한 칠실삼허라는 삼국지연의이다. 그 책에 빠진 선조가 국사에 소홀히 하자 시독관 기대승은 “삼국지연의는 무뢰한 자가 잡된 말을 모아 고담처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王者가 백성을 인도함에 있어 마땅히 바르지 않은 책은 금해야 합니다”라고 아뢴다. 삼국지연의를 우리말로 옮겨 삼국지로 출판되는데 소설 삼국지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소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 이르면 손에 땀나고 날이 새는 줄 모른다. 적벽대전은 조조 26만 대군과 오와 촉의 연합군 5만과 전쟁이다. 전력에 비교되지 않는 연합군이 대승을 거두는데 기이한 전략을 잘 썼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어 출기제승(出奇制勝)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백미는 바람이다.

수전에 익숙하지 못한 조조 병사는 배가 흔들려 멀미를 하고 전의를 상실하자 배끼리 쇠사슬로 묶어 연병장처럼 말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오나라 군사는 남쪽, 조조는 서북에 진을 친다. 모든 것을 갖춘 조조는 승리를 예상하고 기고만장하다. 부하들이 화공을 걱정하자 조조는 껄껄거리더니 타이르듯 까닭을 일러준다. “무릇 화공이란 바람의 힘을 빌려야 되는 법이오. 그런데 지금은 한 겨울이라 오직 서북풍이 있을 뿐 동풍이나 남풍은 있을 리 없소. 우리는 서북쪽에 있고 적은 남쪽 언덕에 있으니 화공을 내가 왜 두려워하겠소?”

반면에 주유와 제갈량은 바람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다. 주유 “하룻밤이라도 동남풍만 불어준다면 이긴 싸움이나 다름이 없소이다.” 제갈량 “동짓달 스무날 갑자일부터 바람이 일어 스무이틀 병인일에 그치게 하겠습니다. 되겠습니까?” 삼경 무렵에 바람소리가 들리며 기치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주유가 살펴보니 깃대가 서북쪽으로 휘어지고 있었다. 동남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었다.

위나라 배는 통째로 불바다가 되고 조조는 수염이 거슬린 몰골로 화용도로 달아난다. 그곳에 관우가 적토마에 높이 앉아 검은 수염을 휘날리며 청룡언월도를 비켜들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1982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방송을 탄다. 독도를 알리는 내용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독도 노래비 건립은 물론 국민가요가 되었다. 노래가 만들어진지 30년이 된 기념으로 가사가 일부 바뀐다. (1절)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87K/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2절)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1절에서 독도를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 지점에 위치한 섬이라 했다. 독도에서 울릉도로 부는 바람을 ‘동남풍’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2절에서 독도의 지도상 좌표는 (E132, N37)이며 경도를 앞 위도를 뒤에 쓴다.

눈은 가로로 길고 세로는 좁아 좌우 시야가 넓다. 본능적으로 좌우의 관찰이 빠르고 가로쓰기가 대세이며 오른쪽으로 읽어 나간다. 명당을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로 꼽고 있다. 이처럼 좌우상하 개념이 오래전부터 생활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남동풍을 검색하니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부는 바람’으로 풀이되어 소설 삼국지의 적벽대전 바람과 일치한다. 하나의 바람을 동남풍 또는 남동풍이라고 하여 학습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풍향을 가로축 기준으로 동남풍으로 불리기를 제안해 본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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