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문화놀이터 [1]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문화놀이터 [1] 창원조각비엔날레
  • 박성민
  • 승인 2020.1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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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시공간, 조각으로 환생
경남 지역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 한 곳이다. 올해 국정감사에 발표된 문화 인프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술관 수는 국공립 미술관 72개, 사립미술관 172개, 대학미술관 14개를 합해 258개다.

전국 17개 시·도 평균은 15개인데 평균 미술관 수를 넘는 곳은 경기도(52개), 서울(45개), 전남(32개), 제주(21개), 강원(18개)이다.

특히 경남은 9곳에 불과하고 인구 10만명당 미술관 수는 0.27개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열악한 문화예술 인프라 속에서도 도내에서 열리는 예술축제를 통해 예술문화도시로 성장하려는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아울러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창원’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다.

민주화 운동의 성지, 1970년대 수출자유지역,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 도시, 그 외에도 또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각들을 배출해낸 ‘한국 조각의 본고장’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올림픽 공원을 상징하는 ‘올림픽 1988’을 제작한 조각가 문신을 비롯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조각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 김종영의 고향이 창원이다.

또 창원은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과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창원은 2010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조각계 거장들의 예술혼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년마다 도심 곳곳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개최했다.

지난 1일에는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비대면 방식으로 ‘2020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렸다.

 
 
◇‘창원의 이야기’를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지난 9월부터 11월 1일까지 성산아트홀, 용지공원 포정사 일대에서 열려 시민들을 맞이했다.

‘창원’ 지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인 만큼 작품 또한 창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연기백 작가의 가리봉 133은 작가가 이번 비엔날레 참여를 위해 창원 지역의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더불어 70~80년대 주택 벽지를 관계자의 허락을 구해 뜯어냈다.

작가는 건물이 사회적 틀과 제도의 산물이라면, 벽지는 거주자의 피부이자 개인의 실재하는 삶의 무대의 ‘막’이라고 생각했다. 거주자의 체취를 가득 담은 벽지가 작가에 의해서 발견되고, 일상의 사물이었던 벽지가 작가의 선택에 의해서 전시장에 들어와 예술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수 십년간 창원 지역에서 그 자리를 지켜온 주택의 벽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음은 글렌다 리온(Glenda LEN)의 잃어버린 시간 II 이다. 이 작품은 창원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오래 사랑 받아온 용지공원(비엔날레 야외 전시장)에서 실제로 파낸 흙을 성산아트홀(비엔날레 실내 전시장)에 쌓아 놓은 작품이다. 용지공원에서 파내어진 구덩이는 구덩이대로 야외에서 전시되고, 그것으로부터 장소 이동한 흙은 흙대로 실내에서 전시되고 있다. 두 장소에서 한꺼번에 펼쳐지는 이 작품은 흙이 간직한 창원의 역사와 시간을 상기하게 만든다.

또 다른 작품은 작가 조경재의 여좌본부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태어나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실제로 살았던 진해시 여좌동의 고향집 기록에서 영향을 받았다. 작가는 과거 본인의 집을 소재로 공간적 구성과 재료들의 조합으로 사진작업의 확장적 개념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로, 앞서 소개한 작품의 소재와 같이 다수의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코로나 시대…비대면·온라인 도전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비대면 실험을 빼고는 비엔날레를 설명할 수가 없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갑자기 실시되고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하는 시점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중단대신 과감히 비대면, 온라인 전시를 선택했다.

주제는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를 주제로 창원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포정사)에 80여 개의 비조각 작품을 설치했고 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 처음 시도하는 비대면 전시는 쉽지 않았다. 작품을 미리 촬영하고 편집하고, 조각비엔날레 홍보대사 진선규 배우의 내레이션까지 입히는 과정은 직원들의 업무를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비대면 전시의 성과를 당장 기대하기에는 어려웠다. 전시회 특성상 오프라인만이 가지는 특수성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유일 조각비엔날레에 초청된 국내외 우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김성호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코로나19 속에서도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유치하고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쿠바작가, 독일작가 등의 입국 시 자가격리면제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성사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 이후 소규모 관람객들이 성산아트 홀을 찾으면서 비엔날레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작품에는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었고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조각작품에 특성에 따라 직접 찾은 관람객들의 만족도도 높아갔다. 비엔날레를 찾은 한 관람객은 “아이들의 만들기 체험과 볼거리가 많아서 만족했다”면서 “오히려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제 예약이 필요해 적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여유있게 관람할수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박성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새로운 10년 비전을 바라봐야”

김성호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올해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선장을 맡은 김성호 총감독은 비엔날레 1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10년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그는 “앞으로의 비전을 가지고 올해가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생각했다. 10년차에 걸맞게 다양한 사업을 벌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다른 여타 비엔날레와 규모가 작지만 국제적인 행사의 위상을 갖기 위해 34개국에 걸쳐 참여 작가 94명까지 확장했다. 국내 재능있는 작가들의 참여를 비롯해 외국 작가의 참여율 높이기에 심혈을 기울렸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관람객들의 원활한 관람과 이해를 돕기 위해 오디오 가이드북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김 총감독은 “부산비엔날레 등에 비교하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중소 비엔날레 일수도 있지만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냥 버려지는 카달로그 등도 책자 형태로 제작해 기록을 남기는 등 10년 이후를 바라보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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