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가 쓸 가면은 ‘기쁨’
오늘도 내가 쓸 가면은 ‘기쁨’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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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어딘가에 부딪혀 멍이 들었다.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무릎에 피고름이 맺혔다. 피와 멍이 내 아픔을 증명한다. 고등학생 때 야자를 빼기 위해 감기인 척 선생님을 찾아갔다. 감기에 걸리면 발열, 두통, 오한 등과 같은 증상이 눈에 보인다. 몸이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난 생채기는 피고름이 맺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아픔은 설명할 길이 없다.

현대인 대부분이 우울증을 경험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삶에 대한 의욕이 저하된다. 일상에서 느끼던 재미와 흥미를 잃게 된다. 심할수록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인 증상도 일어난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우울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일상이라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유명 연예인 이름이면 심장이 내려앉는다. ‘혹시?’라는 생각으로 클릭한다. 그만큼 많은 연예인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견디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수많은 기사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마지막 단락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이에 죽음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기록이 남아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된다는 소문이 흉흉하다. 이 때문에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가 진단을 하고 혼자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늘어난다. 간단한 상담으로 해결되는 작은 병을 스스로 키운다.

깜깜한 방 안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인간과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일상처럼 넘기니 무뎌졌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너지는지 느낌을 착각하는 건 아닐까? 벼랑 끝에 몰린 우울증 환자는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상태를 내색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주변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그들은 선택한다. ‘밝음’이란 가면을.

박예빈(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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