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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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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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요즘 발표된 경남의 소설, 수필, 해외 순례기(1)

먼저 이인규의 장편소설 <지리산에 바람이 분다>가 눈에 들어온다. 이인규 작가는 부산 출생으로 2012년 산청에 귀촌한 8년 이력의 귀촌 주민이다. 그는 부산 국제신문 ‘감성 터치’정기 필진이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입주작가, 현재는 동 진흥원 및 경남공감에서 문화예술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경남일보 신춘문예소설 부문에 <내 안의 아이>로 당선되었고 소설집으로 <지리산 가는 길>, <아름다운 사람>(장편) 등이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산청으로 들어온 뒤,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몇 분을 뵌 적이 있습니다. 지역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 저는 이 지역에 살며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이상 마음의 빚을 문학으로 청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라는 통한의 역사가 버젓이 존재합니다. 마침 이 문제를 모티브로 하여 집필을 시작(경남문예진흥원 입주 작가 황동시)하려 할 때 경남민예총을 비롯한 경남작가회의, 산청문인협회, 유족회 등 여러 단체에서 이 주제를 끄집어내 문학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새기면서 제 나름대로 이 문제를 다른 주제와 함께 엮어 풀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필자는 이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두 번을 통독했고 ‘산청함양사건의 전말과 명예회복’이라는 저술을 한 사람으로서 기대를 크게 했다는 점을 먼저 밝혀 두고자 한다. 일단 ‘산청함양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고 유족회 고문의 입장에서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이 소설은 양민학살 사건의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작가 자신도 “실제 대신 가상의 장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자행된 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일생이 파괴된 한 노인과 소리꾼인 딸을 등장시켜 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게 보면 이 소설은 무속세계로 이야기속 사건을 풀어가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그러니까 무속에 대해 심층적 자료를 도입하고 그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래 전에 나온 <거창사건>을 소설화한 김원일의 <겨울 골짜기>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그 소설은 산에서의 진영과 마을에서의 진영으로 나누어 A-B-A-B로 끌고 가는 전쟁 대치의 상황을 보여주었는데 사건 일지를 치밀하게 따라다니지 않지만 배경과 거기 속하는 전쟁의 긴급한 사건들이 픽션으로 잡혀서 긴장을 고조시켰다.이인규의 이 소설은 전쟁(사건) 후 곧 현재의 후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1장 <지리산의 어둠>은 서울에서 귀촌한 민학의 일가의 이야기인데 귀촌한 사람들이 기존의 마을 주민과 더불어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학의는 공터를 사서 집을 지어 입주했다. 아들 중학교 2학년 학민이 다락방에서 거처하는데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을 자지 못한다. 소리는 여자의 소리이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그 마을은 양민학살 현장 마을이 아니고 그 아래쪽에 있는 망목마을이고 정작 사건 마을은 더 깊은 데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곳은 한짓골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한짓골은 실제 사건이 난 마을이 아닌 가상의 마을이다. 어쨌든 이 마을에 귀촌한 사람들이 터가 센 마을에서 귀신 소리와 동네 중심 지도자의 석연치 않은 담합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귀촌을 포기한 몇몇 집이 있었다.

귀촌한 주인공 민학의는 아들이 밤마다 여자 귀신 소리에 시달리고 낮에는 구토하고 별도리가 없자 서울에 있는 친구 무당 양초이를 불러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이전에 귀촌했다가 귀신 소리와 동네 사람과의 불화로 부산으로 돌아간 박두태를 찾아간 민학의는 부산 부둣가에서 <한짓골 횟집>을 경영하는 그와 대작하면서 망목마을 사정을 듣고자 왔다고 실토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말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나중에야 어린시절부터  자기 이야기를 해나가게 되었다. 박두태는 어릴 때부터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산간벽지를 전전했다. 술만 들어가면 난폭해지는 아버지의 행패로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그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술문제로 부대에서 아버지는 군복을 벗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두태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처음으로 그에게 한짓골의 양민 학살사건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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