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낙남정맥의 환경가치
비대면 시대 낙남정맥의 환경가치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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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 달 전 본란을 통해 가화강서 끊어진 백두대간 생태계를 복원하라는 취지의 칼럼이 나가자 적지 않은 분들께서 관심을 보내 주셨다. 산줄기가 끊어져 인위적인 물길이 생기면서 경남이 거대한 육지의 섬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내용부터 가화강 생태복원 추진운동에 앞장서 나서겠다는 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가화강 인근 진주시 내동면 유수리 유동마을의 한 주민은 낙남정맥을 끊어내고 가화강 수로공사를 했던 공사인부들이 자기 마을에서 숙식하며 공사를 했고, 절개지에서 나온 토사의 행방 등 당시의 많은 일들을 구전을 통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많이 늦었지만 온전한 생태계복원을 주문했다. ‘낙남정맥’이라는 곡을 만들어 낙남정맥에 기대어 사는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는 류원열 씨는 “생태연결과 더불어 민족의 정기가 그대로 이어지도록 하루빨리 끊어진 산줄기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관계자도 가화강 생태복원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관과 협의해 온전한 생태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의 산은 자연의 산이며, 사람의 산이다.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고,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돌아가야 할 곳이기도 하다. 낙남정맥이 그렇다. 뒷동산의 산길은 삶의 길이고, 지리산 설악산 백두산 가는 길이기도 하다.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해서 낙남정맥이 끊어지자 백두산 정기가 끊어진 것으로 알고 가슴 아파 했다. 가화강 복원은 단절된 생태의 복원 뿐 아니라 민족의 기상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백두대간·정맥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남쪽 지역 백두대간의 9개 정맥들이 연간 3조9760억원의 산림혜택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조사가 지난 9월 나왔다. 한국환경생태학회와 국립산림과학원이 정맥의 방문횟수, 만족도, 환림환경 보존 등에 대한 지불의사 금액을 가상가치평가법이라는 기법으로 산정한 결과다. 이 결과를 보면 한강북쪽 산줄기인 한북정맥은 1인당 환경가치가 25만1021원으로 연간 3조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경남의 해안과 내륙지방을 구분 짓는 낙남정맥의 환경가치는 아직 저평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도 조사만 본다면 1인당 환경가치는 8124원으로 연간 210억원의 환경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비대면 사회가 조성되면서 낙남정맥의 환경가치는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장거리 등산인구 보다 소규모 근거리 등산인구의 증가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에 비해 낙남정맥에 대한 이해도와 인식이 아직 부족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 향후 체감하는 환경가치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도심 주변 낙남정맥의 숲 보전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생태계 단절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화강이고, 낙남정맥 240㎞ 구간 중 도로로 인해 생태계가 단절된 지점이 고속도로 4곳, 일반국도 15곳, 지방도 17곳 등 총 36곳에 달한다. 6.7㎞마다 도로가 관통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공장, 공원묘지, 골프장, 농원 조성 등에 따른 훼손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다.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고 숲을 가꾸는 일이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가 기대어 사는 낙남정맥의 생태 복원을 통해 스스로 환경가치를 높이는 일이야 말로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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