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 의료공백 해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고]농촌 의료공백 해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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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임규현 협창녕교육원 교수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제36조에는 이른바 국민보건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농촌 주민들에게 이 조항은 단순히 단어의 나열에 불과하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의료시설과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18년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농어촌에 있는 보건의료기관수는 도시의 13%에 불과했다. 농촌 내 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는 농촌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비율은 전체의 10.5%와 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사망률은 대도시에 비해 훨씬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는 29.6명이지만 경북 영양군은 107.8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촌지역 의료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시간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촌은 도시보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의료 수요가 더 많지만 읍 지역을 벗어나기만 해도 의원급 병원조차 찾기 어렵고, 의사들도 농촌에 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인력 부족이 지역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농촌 현장에선 공공의료 인력이 확충돼 도농간 의료격차가 해소되길 희망해 왔다.

그러나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결국 농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백지화되면서 농촌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농촌이 대도시에 비해 의료·복지 서비스가 열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돈이 되는 곳에 사람과 투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는 의사와 환자사이의 의료정보의 비대칭성과 누가 언제 어떻게 환자가 될지 모르는 의료수요의 불확실성, 의사만이 의료시술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공급의 독점성 때문에 시장에 완전히 맡겨놓을 수 없고, 공공의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농촌의료 공백문제를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로만 풀려고 하면 의료 공백을 넘어 ‘의료 진공’상태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복지·교육·교통 등의 인프라가 갖춰질 때 비로소 탄력을 받는다. 열악한 농촌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및 여야, 의료계, 유관기관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특히 의사협회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협력해나가야 한다. 의료소외 계층을 약자로 여기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열악한 농촌의료 상황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약자에 대한 관대함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농촌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출발점에서 우리 모두 다시 신발끈을 매자.

농임규현 협창녕교육원 교수

농협창녕교육원 임규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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