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워진 목소리
가리워진 목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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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이제 막 대학원에 입학한 당신…하지만 과연 석사과정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어째 불안하다...”

얼마 전, 출판사 ‘전기가오리’에서 ‘어느 대학원생 x의 석사과정’이라는 제목의 1인용 보드게임을 출시했다. 보드게임판의 네 구석은 4학기를 의미하고 그 자리를 지나치거나 멈추는 때에 등록금을 내야 한다. 게임의 구성품에는 학자금 대출 카드, 장학금 카드 등도 있으며 문제를 맞힐 때마다 분야별 학위를 하나씩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대학원생의 삶을 반영하고 패러디한 소재들이 넘쳐난다.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에 등장한 대사인 “바트!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 등의 유머는 일종의 ‘밈(meme)’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은 이를 농담 삼아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 누가 제 발로 온전한 고생길을 택했겠는가. 학문 정진이나 개인적 성취, 혹은 취업을 위한 수단 등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대학원생 집단을 그저 풍자의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양상을 유머로만 소비하고 끝내면 되는 것일까. 당사자를 제외하고 논하는 웃음 섞인 담론은 한낱 소모적인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것은 그들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와 제도에 대한 집중이다. 지난 2015년에 발생한 ‘인분 교수’나 2017년에 발생한 ‘팔만대장경’ 등의 사건은 대학원생의 불합리한 근무환경과 대학원생이 지닌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난달 6일, 대학원생 노조는 국회 앞 농성에 나섰다. 그들은 노동 기본권 보장, 연구환경 개선 등 구조의 개선을 외쳤다. 시간은 다시 지난해 12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에는 모 대학의 화학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실험을 하고 있던 대학원생과 학부생 4명 중 2명이 전신 20%와 80%라는 부상을 입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대학 내 ‘실험’이라는 노동 중 발생한 사고임이 명백했음에도 피해 학생은 산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생인 동시에 노동자의 신분인 그들의 권리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유머라는 웃음 뒤에 가려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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