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거자문위원회 발족에 부쳐
[사설] 비거자문위원회 발족에 부쳐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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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 검증이 불가한 설화나 다소 허황된 문헌 자료는 홀대받기 쉽다. 과학적, 현실적으로 터무니없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설화나 민담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거기에도 흘려 보내서는 안 될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야기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공동체 발전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진주 지방의 ‘비거(飛車)’이야기도 그런 것 중의 하나라 하겠다.

비거는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레를 말한다. 요즘으로 치면 비행기나 기구(氣球)일 것이다.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에 처음 언급된 이 비거를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라도 김제 사람 정평구가 만들어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에서 성안의 사람을 태워 30리 밖으로 피난시켰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의 여암전서와 이규경이 편찬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이 내용이 있다고 한다. 또 일본 측의 임란 기록인 왜사기에도 있다고 하니 비거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설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주시가 진주성 싸움에서 사용됐다는 비거 이야기를 관광자원화하는 일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역사문화 관광 개발에 힘 기울이고 있는 시는 진주성 비거를 관광자원화하기로 하고 비거관광콘텐츠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에 들어가게 했다. 비거를 주제로 하는 관광자원 개발, 이 관광콘텐츠를 활용하는 각종 행사 개최 등을 자문받겠다는 것이다. 평가할 만한 아이디어다.

근년 여러 지역들이 민담소설 별주부전과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등 배경 해역을 자기 고장 바다 어디쯤이라고 ‘고증(?)’하고 관광자원으로 열심히 홍보한다. 이런 것에 비하면 진주의 비거는 오히려 사료에 더 가깝다. 더구나 진주·사천지역이 오늘날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런 터에 지역과 역사에 얽힌 비거 콘텐츠는 방향만 잘 잡는다면 현실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문위원회의 생산적 활동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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