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근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부쩍 해가 짧아진 가을에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고립도 한몫을 하겠지만 일조량이 현저히 줄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의 조절 장애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밖으로 나가 햇볕을 자주 쬐어주면 된다. 이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칼슘 대사에 필수적인 비타민D를 합성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날이 추워질수록 야외활동을 하는 것도 수월치 않다. 다행히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이 바로 시금치이다.
2018년 국제정신과저널에 실린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한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항우울제 영양소는 12가지가 있다고 한다. 시금치에는 다양한 종류와 상당한 양의 항우울증 영양소가 들어있다. 연구팀은 시금치의 항우울 지수는 100g당 97%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금치 100g에는 성인 하루 권장량의 35%에 달하는 엽산(145.8㎍)이 함유되어 있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호르몬을 생성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찬바람이 날 때 주목받는 시금치가 바로 해풍을 맞고 자란 겨울 시금치이다. 겨울 시금치는 차가운 해풍을 견디다 보니 당도가 높고 비타민, 수분, 식이섬유 함량이 많아 특유의 맛과 향이 진하다. 겨울 시금치로는 전남 신안의 섬초, 포항의 포항초와 더불어 최근 ‘보물초’로 이름을 확정한 남해군 시금치 등이 유명하다.
물론 시금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퓨린 성분을 멀리해야 하는 통풍환자에게 시금치는 좋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를 비롯한 임신부 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양의 보고이다. 겨울 시금치를 식탁에 올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계절 변화로 인한 우울증을 떨쳐버리고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내자.
송남근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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