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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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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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병수내과원장)

 



일을 시작하면서 매일 커피를 달고 살았다. 일어나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저녁에 또 한 잔. 이렇듯 커피는 나에게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라 한때 있었던 커피로 인한 불면증도 지금은 없다.

그리고 한 주의 마지막인 일요일,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바깥을 바라보니 햇살이 너무 좋았다. 평소에는 침대에서 더 바르작거리다 겨우 일어나지만 상쾌한 기분에 잠은 저 머리 달아난 상태였다. 이런 날은 밀린 청소 일을 해치우는 것이 제 맛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소파 밑, 에어컨 뒤 온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청소하고 나니 너무 자연스럽게도 내 몸은 커피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상쾌한 아침햇살에 한껏 들뜬 나는 책 한 권과 지갑 등 간소한 짐을 챙기고 집 앞의 카페로 나갔다.

출퇴근하면서 스쳐보았던 카페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문을 연 탓인지 내가 첫 손님인 것 같았다. 카페 사장님은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문을 열어두어도 괜찮겠냐며 물었고 나는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다. 원두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창가의 일인용 테이블에 책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는 도로와 인접해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걸으면서 하는 대화 소리 같은 것들이 조금씩 들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사장님이 커피를 주시며 춥다면 문을 닫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문을 닫지 않고 커피 잔을 테이블에 두었다.

책을 몇 페이지 읽으니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주말 등산을 갔다가 간단하게 커피를 한잔 하러온 부부인 듯 보였다. 원두 내리는 기계소리가 들리고 곧 고소한 원두 냄새가 카페를 꽉 채웠다. 나와는 거리가 조금 떨어졌지만 그들도 창가 근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찍었던 사진이라던가, 점심 먹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 같은 사소한 일상에 대한 것들 말이다. 물론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그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조용한 말소리가 들렸다.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니 이 평화로운 카페에서의 하루가 참 행복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커피는 지겹도록 마시지만 말이다. 오늘 같은 날들이 가끔씩 있어주는 것이 나의 반복적인 일상에 작은 활력소가 된다. 그러면 조금 즐겁게 다음을 계획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집에 가서 점심으로 뭐 먹을까 하는 그런 행복한 고민 말이다. 그리고 항상 깨닫는 것이지만 행복은 내 바로 옆에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김병수/김병수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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