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달빛, 백성이 걸어 갈 길을 비춰야
정의는 달빛, 백성이 걸어 갈 길을 비춰야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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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학교 교수)
찬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요즘처럼 어지럽던 때도 없었다. 일엽편주에 올라 타 배멀미를 할 것처럼 불안하고 어지럽다. 권력을 쥔 자들 끼리 하는 싸움질이 접입가경이다. 제발 검사들 당신들만은 서로 싸우지 마라. 국민들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죄지은 나쁜 범인을 잡으라고 했지 자기들 끼리 싸우고 편가르고 권력에 아부하라고 국민이 그 막강한 권한을 주지는 않았다. 지금도 억울한 수많은 백성들은 가슴 맺힌 원한을 풀어달라고 울면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당신들이 가진 칼은 날카롭되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어떤 권력에도 의연히 맞서는 부러지지 않는 칼이어야 한다.

당신들이 잘 쓰는 말, 좌고우면 하지 말고 오로지 수사로 말하고 법으로 말하라. 검찰의 자존심은 검찰이 지켜야 한다. 누구를 겁낼 것인가. 정의는 어두운 밤 비추는 달빛과 같고 부정은 어두운 밤 들쥐와 같으니 달빛은 백성이 걸어 갈 길을 비추고 들쥐는 달빛이 두려워 어둠 속으로 숨는다. 당신들은 사리사욕에 물든 부패 위정자들을 발본색원하여 일벌백계하는 충검을 가진 그 이름 검사가 아닌가. 왕의 혜안을 어지럽게 하는 간신도 잡아내고 왕을 앞세워 나라를 어지럽히는 썩은 신하들을 잡아내는 일이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닌가. 새벽 동트기 전에 그 먼 길을 가서 대통령을 잡아오기도 했고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기도 했고 대통령 아들들을 줄줄이 잡아오기도 했던 당신들이 아닌가. 살아있는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수족들을 모두 감옥에 넣은 당신들이 아닌가. 군부의 총칼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사회 악과 목숨 걸고 싸워온 당신들이 아닌가. 당신들의 그 냉철하고 날카로운 눈빛과 어떤 삿된 권력에도 물러서지 않는 꼿꼿함을 우리 백성들은 바라보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영민한 당신들이 아닌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 합격하고 어사주 홍패 받아 들고 어사화 머리 꽂고 금의환향할 때 일가 친척 고향에서 풍악울려 잔치하지 않았던가. 부모형제 춤을 추고 가문의 영광이요 자손대대 자랑인 당신들이 아닌가. 과거에 급제하여 모든 수령 벼슬아치들 한겨울 사시나무 떨듯 떨게 한 어사였다. 당신들은 권력과 명예 두 손에 다 쥐었으니 그 누가 당신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리.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그 명예 그 권력 추상같이 곧고 바르게 사용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탐관오리 잡아내어 온 백성 태평하게 살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암행어사 출두하면 산천초목도 떨었다. 지방으로 발령났다고 좌천이니 귀양이니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말거라. 어디 간들 검사는 그 이름 검사다. 한양에서 범털 잡던 보검으로 지방에서 썩은 토호세력 잡아 내고 부정부패 위정자와 탐관오리 잡아내어 억울한 명예 되찾으라. 죄지은 사람을 잡는 데 니편 내편이 어디 있는가. 이편이면 저편이 원한 맺고 저편에 편들면 이편이 배반한다. 피차가 일반이다. 어떠한 권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중용이고 공정으로 죄악만 척결하라.

당신들은 땅따먹기 하는 철없는 어린애도 아니고 치고박고 패 싸움질하는 조폭도 아니다. 유치한 편싸움은 이제 하지 마라. 부디 불의에 굴하지 말고 무능한 윗사람에게도 대쪽같이 직언할 수 있는 당당하고 멋있는 당신들이 되길 바란다.

권력에 빌붙거나 사리사욕에 눈멀어 역사에 부끄럽고 국민에 부끄럽고 부모형제에게 부끄러운 검사는 제발 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런 부끄러운 검사되느니 차라리 고향에 내려가 불쌍하고 억울한 사람 대변하고 눈물이나 닦아 주는 게 더 나으리라.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고 사자는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오직 무소의 뿔처럼 정의를 목에 걸고, 양심을 가슴에 달고 앞으로만 가길 바란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검사들이여!
 
임규홍/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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