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빨래하기 좋은 날
[주강홍의 경일시단]빨래하기 좋은 날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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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기 좋은 날 /주영헌

날이 좋아서

아픔과 슬픔, 아쉬움까지 툭툭 털어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채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눈물처럼 바닥에 떨어져 어두운 얼룩을 남기지만

괜찮습니다,

금세 마를 테니까요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한나절도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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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대에 이불호청이랑 속옷이랑 구멍 난 모자까지 집게에 주렁주렁 걸어놓고 바람을 만나면 고추잠자리가 지켜보는 옥상엔 까실한 햇살이 더욱 다정하겠다.

얼핏 아이 곁을 지키는 기준으로 가족의 구성이나 연령대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는 그곳에는 그토록 아끼고 부끄러운 것마저도 툭툭 물기를 내리며 쉽게 걸려 있기도 일쑤다.

얼룩과 저린 때를 벗겨낸 저 빨랫감 곁에 짝 잃은 양말처럼 슬픔과 아쉬움까지 내다걸면 다 못다 뱉은 눈물까지 뚝뚝 떨어지겠다.

집게에 걸려 허공이 되고 싶은 날, 빨래하기 좋은 날을 만난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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