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가을 비
[천왕봉]가을 비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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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오랜 가뭄을 뒤로하고 가을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남은 마지막 잎새도 아마 이번 비로 떨어져 땅에 뒹굴게 될 것이다. 미처 겨울준비를 못해 애잔하게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도 멈추고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게 될 것이다. 긴 어둠의 시작을 알리는 가을 비, 가을 비는 겨울의 전령이다.

▶가을 비는 계절의 전환을 알리는 것 외엔 별 소득이 없다. 마침내 추억여행을 멈추게 하고 가을 날의 애상도 화려한 꿈의 한 조각임을 깨닫게 해 줄 뿐이다. 문득 긴 겨울이 눈앞에 와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땔감을 마련하고 김장을 서두르고 메주를 쑤는 현실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절기로는 소설(小雪) 즈음이다.

▶겨울은 가난한 자, 사회적 소외자, 덜 갖춘 자, 외로운 자, 병든 자에게는 무척 힘든 계절이다. 더구나 비대면이 사회적 미덕이고 하루 200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의 겨울은 두렵기까지 하다. 지칠대로 지친 심신은 천근만근이다.

▶아마 이번 비가 그치면 남부지방에서도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 것이다. 예년에 견줘 비용이 다소 많이 들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김장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웃을 살피며 겨우살이가 걱정인 자들을 살피는 인보정신은 우리의 미덕이다. 가을 비는 그런 우리의 이웃사랑을 일깨우는 ‘사랑의 전령’이기도 하다. 가을 비에 문득 현실의 엄중함을 실감한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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