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집 속에서 살아보기
다양한 시집 속에서 살아보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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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경남시조시인협회장)
 

 

계절이 계절인 만큼 시집이 많이 발간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탓인지 마치 폭탄처럼 쏟아진다. 시집과 시 속에는 다양한 시선과 삶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일반적인 서정에서부터 생활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애환과 분노 해학 등이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여러 인생을 살게 만든다. 몇 가지 유형의 시집 세상에 들어가 본다.

첫 번째 시의 집은 잔잔하게 흐르는 은물결과 같고,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을 만나는 세계이며,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과 같은 꿈의 세계다. 이처럼 평화로운 세상에서 써내려 간 깨끗한 문장은, 수채화 같아서 독자의 마음 속에 스며들 수 있다. 순한 향기로 가득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순풍에 돛을 단 듯 유유자적 닿는 그곳이 내 집인 양 마음에도 여유로움이 많다. 그러나 이 집은 너무 좋은 집이라 삶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해질 우려가 있다.

두 번째 시의 집은 물결이 잔잔한데 흐려서 아래가 보이지 않고,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고, 시들어 가는 꽃을 바라보며 사념이 많고, 무수한 별이 눈물점으로만 보이는 집이다. 바로 꿈이 없는 집이다. 이런 집 속에 사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을까 싶다. 독자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이런 집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빠져나올 힘조차 잃어버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냥 가볍게 살다 나오는 집으로만 만족해야겠다.

세 번째 시의 집은 세상에 거친 물길 만들어 놓고, 자신만 잔잔한 은물결로 드는 세계. 거센 바람에도 휘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는 인간미 없는 세계. 꽃이 졌다고 하여 싹둑 잘라버리는 세계. 이런 집에 오래 살면 언젠가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좋은 햇살을 나누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집이면 좋겠다.

네 번째 시의 집은 거친 물살을 잘 견뎌내는 바위와 같고, 거친 바람에도 휘어졌다가도 다시 꼿꼿하게 일어서는 푸른 대숲의 세계이며, 캄캄한 밤길 속에서도 태양을 염원하는 세계다. 그야말로 온갖 고난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용감하게 버텨가는 튼튼한 집이다. 이런 집에는 진리가 있고, 올바른 꿈이 있어 희망적이다. 희망적인 인생은 여백이 많다. 여백이 많은 집에 오래 살고 싶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인생 체험은 책 속에서도 얻을 수 있고, 신문, 인터넷 등 영상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하게 겪어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반성과 성찰하며 세상을 더욱 따뜻하고 윤택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임성구/경남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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