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창원 특례시’
기로에 선 ‘창원 특례시’
  • 이은수
  • 승인 2020.1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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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에겐 익숙한 말이다. 애초의 의도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때 이 표현을 사용한다. 요즘 특례시 진척 사항을 보면서 이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특례시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창원유세에서 “광역시는 어렵지만, 100만이 넘는 도시는 특례시로 지정해 더 많은 자율권과 자치권을 갖게 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불붙었다. 특례시는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길목에 있는 대도시에 대해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재정적 자치권한을 부여받고, 특례시 법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 명칭도 특별시나 광역시와 달리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175조에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대한 특례를 명시하고 있으나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구별실익’이 있는 것이다. 법을 전공한 율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가 만무하다. 한마디로 광역시 대신 특례시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모국인 영국 등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에 창원시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경기도의 수원, 고양, 용인과 연대해 특례시를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며 “4개 대도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해 2020년을 특례시 실현 원년으로 만들 것”을 강조해 왔다. 광역시를 접은 상태에서 특례시는 입법불비를 보완하는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현재 논의 상황은 사공이 많아지면서 배가 산으로 간 격이 되고 있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도시들이 가세하면서 현안은 꼬일대로 꼬였고, 셈법은 복잡해졌다. 전주와 청주는 거점도시로 주간활동 인구 등 행정수요가 많은 수부도시를 감안, 특례시로 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했다. 여기에 나머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인구 50만 이상은 12개 도시나 된다. 결국 법안은 연기됐고, 정부는 기준을 완화해 개정안에 일정 요건을 갖춘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도 특례시에 포함시켰다.

특례시는 지난 7월 3일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금껏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중요한 문제이지만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과정역시 순탄치 않다. 청주가 있는 충북은 도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에서 도시간 격차를 우려하며 특례시 승격에 반발하고 있으며, 경기지역 50만 미만 도시들도 반대하고 있고, 경기도 또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을 제정(개정)할 때는 분명한 목적과 함께 무엇보다 선명성이 있어야 하며, 모호한 규정이 아니라 새로운 법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는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도 특례시는 수많은 도시들이 가세하면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인구 100만 대도시는 덩치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다. 어른이 아이 옷을 입고 있는 상황하에 불편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당연히 차등분권 측면에서 이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10년전 광역시급의 통합창원시 대도시가 탄생했지만 이에 못미치는 조직과 재정, 미약한 자치분권으로 산업침체를 겪으며 도시경쟁력이 날로 저하되고 있다. 이에 민선 7기 허성무 시장 취임후 특례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례시 지정’ 논란은 18일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에서 결정이 날 전망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 특례시 문제를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며 법안 심사 결과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창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례시’가 일부의 반발에 의해 좌초돼선 안된다.

특례시를 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으나 그렇다고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해서는 안 된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주장은 기우일 뿐이다. 나머지 시ㆍ군과 주민들을 차별하고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28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헛바퀴를 돌다가 5월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 통합 10주년인 올해를 창원특례시 원년으로 반드시 만들어 창원의 재도약을 담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회에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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