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심으로 농사 짓는 시대
물심으로 농사 짓는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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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
 
 
‘농사는 땅심이다’라는 말이 있다. 땅이 좋아야 병해충 걱정 없이 고품질의 농작물을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흙 없이 농사 짓는 수경재배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농사는 물심이다’라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수경재배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에서 작물을 키우는 정밀농업 기술이다.

우리나라에 수경재배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4년 중앙농업기술원(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전신)에 수경재배 온실이 만들어지면서다. 이후 1980년대 초부터 수경재배가 농가에 보급되었으나, 1990년 이전까지는 10헥타르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했다.

1993년 UR협상 타결로 세계 각국의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우리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수경재배 면적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6년 275헥타르, 2000년 763헥타르로 급격히 성장했고, 2020년 올해는 3469헥타르에서 7600여 농가가 딸기·토마토·파프리카 등을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같은 땅에서 연속해서 농작물을 재배할 때 발생하는 연작 장해를 피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수경재배는 스마트팜 보급 확대와 더불어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장소와 계절에 상관없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에도 수경재배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에서 채소를 키우는 ‘홈팜’,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들어선 ‘메트로팜’, 사막 지역인 아랍에미리트와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 설치될 ‘스마트팜’ 등 다양한 형태의 식물공장에 공통으로 적용된 기술이 수경재배다.

앞으로 수경재배 증가에 발맞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친환경 수경재배 기술의 개발·보급이다. 수경재배가 가장 발달한 네덜란드는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물과 비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순환식 수경재배 보급률이 95%에 달한다. 수경재배 농가 규모가 큰 네덜란드와 달리 0.5헥타르 미만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정책지원, 농촌진흥청의 연구기술개발, 농업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도입, 이렇게 삼박자가 잘 맞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재배시설로 주목받는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은 수경재배가 기본이다. 앞으로 땅심이 아닌 물심으로 농사짓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충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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