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몬순이
반려견 몬순이
  • 경남일보
  • 승인 2020.11.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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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병수내과원장)

 

어릴 때부터 작은 동물들을 좋아했다. 귀여운 생물체가 나를 의지해주고 따라주는 것이 어린 나에게 무척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이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해주시지 않아 반려동물을 키울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여섯 살이 되었을 즈음에 우연히 외숙모 댁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엔 강아지가 많이 있었다. 외숙모 댁이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다섯 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같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외숙모 댁은 그 시절 내가 제일 가고 싶어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에 구경하러 갔다가 어린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다. 눈도 못 뜨고 낑낑거리는 새끼강아지는 내 품안에 쏙 들어왔다. 물컹거리고 따뜻한 게 신기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강아지를 보기위해 외숙모 댁을 자주 찾았다.

‘못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는 말을 믿고 ‘몬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내가 몬순이라고 부르면 강아지는 안방에서 거실까지 달려 나와 반겨주었었다. 몬순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무척 예뻤다. 생김새도 그렇고 노는 모양도 남달랐다. 강아지를 자랑하고 싶어서 놀이터에 나갈 때마다 몬순이를 품에 안고 나갔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외숙모 댁 출입이 뜸해졌다. 몬순이도 잊고 지냈다. 오랜만에 외숙모 댁을 방문했을 때 몬순이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열 살이 훌쩍 넘은 몬순이는 조금만 걸어도 숨을 헐떡거렸다. 백내장을 앓고 있어 나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사람 나이로 보면 몬순이는 지금 할머니 나이이기 때문에 당연한 변화였다.

훗날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몬순이가 교통사고로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이 아프면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구나 막연히 생각했지만 몬순이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실제로 듣는 것은 마음이 아팠다. 더군다나 자연사도 아닌 교통사고라니.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는 것도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했다. 그 날 밤은 몬순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밤을 지샜다. 외숙모 댁을 방문해서야 오랜 시간 같이 지냈던 강아지의 존재가 나에겐 소중했던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길을 지나가다 다른 강아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몬순이를 떠올린다. 이제는 어디론가 떠나 버려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 어린 시절의 추억들은 가끔씩 떠오른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외로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 몬순이는 좋은 추억으로 나와 항상 같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수/김병수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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