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학교에서 시작하는 푸른 지구 만들기 선언
[우리말쓰기] 학교에서 시작하는 푸른 지구 만들기 선언
  • 박철홍
  • 승인 2020.11.1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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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지향점 ‘행복’에 맞게 정책·시설이름 통일을


‘푸른지구 만들기’→‘푸른지구 행복한 지구 만들기’
에너지 플라스틱 줄인 ‘에플 다이어트’ 기발한 명칭
‘NO Action! NO Future!’→‘행동이 곧 미래’ 변경
경남교육청은 지난 6월 ‘기후위기 대응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후위기·환경재난 시대 학교교육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학교·가정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천 중심의 학교 환경교육을 전개하고자 한다”면서 “오늘부터 지구를 살리는 1일이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은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코로나19 이후 학교는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라며 “이제부터라도 교실 수업에서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상황을 토론하고, 일상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실천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학교교육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이날 선언 행사에서는 ‘학교에서 시작하는 푸른 지구 만들기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우리 주변의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줄이는 작은 실천 ‘에플다이어트 운동’ 전개 △단위 학교 맞춤형 교육 자료 제작·보급 △숲, 텃밭 등을 활용한 자연친화적 학교 옥외공간 재구조화와 생태교육 미래학교 운영·지원 △학교부터 시작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 모색 △세계생태시민 육성을 위한 교육 환경 구축 등 5가지 실천 방안을 담았다.

경남교육청이 기후 위기, 환경 재난 시대를 이겨 내기 위해 학교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날 행사와 관련, 경남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의 사업계획 말미에는 ‘각 부서(기관)별 역할 분담(안) ‘오늘부터 1일’’이 담겨 있는데 교육청 모든 부서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학교에서 시작하는 푸른 지구 만들기’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사업이다.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해야 할 사업이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은 이 사업 이름과 관련하여 ‘행복교육, 행복교권’처럼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해 ‘학교에서 시작하는 푸른지구 행복한 지구 만들기’라고 지었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남교육청의 정책 지향점을 ‘행복’에 두고 정책과 제도, 시설의 이름들을 통일해 나가면 좋겠다는 게 국어문화원의 제언이다.

경남교육청은 이 사업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상징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에플 다이어트’이다. 그림에는 사과를 그려 넣었다. ‘에플’을 ‘애플’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에플 다이어트’는 ‘에너지, 플라스틱 다이어트’의 줄임말이다. ‘에너지’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다이어트)’ 지구를 살리자는 뜻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두문자어(축약어)를 구사하여 이목을 끌려는 것이다. 경남교육청의 ‘에플 다이어트’는 기발한 생각에서 나온 말로 기억하기엔 쉽겠다.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더 쉬운 말로 순화하기란 쉽지 않다. 이젠 ‘플라스틱’을 ‘합성수지’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남교육청은 이 행사의 보도 자료에서 ‘NO Action! NO Future!’라는 표현도 썼다. 이 말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전 세계적으로 쓰는 구호로서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라는 뜻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학교에서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자는 의미이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은 “전 세계적으로 쓰는 구호를 쓰는 것도 좋지만 ‘행동이 곧 미래’처럼 단순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주는 우리말 구호를 썼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경남교육청은 그 산하에 많은 기관과 각급 학교를 거느린 큰 기관이다. 도 교육청에서 먼저 ‘쉬운 우리말로 공공언어를 써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인식하고 있으면 더 많은 기관과 학교에서 따라 배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이 올해 2월 ‘공공용어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일반 국민 1000명과 공무원 102명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다. 설문 목록은 2016년에서 2018년까지의 중앙 행정 기관의 보도 자료와 정부 업무 보고 자료 등에서 추출한 공공 용어로 구성했다.

국립국어원은 “조사 대상인 140개의 공공 용어 중 일반 국민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용어는 97개에 이르며, 공무원 스스로도 잘 모르는 말이라고 응답한 용어도 81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사실은 공공 언어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 행정 기관을 비롯한 공공 기관의 적극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무원도 모르는 말로 표현된 정책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은 정책명을 만들 때 정책의 취지를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숙한 용어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철홍기자·도움말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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