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는 개인신상 정보, 거래실적 정보, 신용거래불량 정보, 신용한도·신용소진·연체 등이 없는 신용거래 내역 등을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분석해 고객의 신용도를 예측하는 개인의 신용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얻어진 신용평점이 높으면 신용위험이 적은 우수고객, 낮으면 연체 등 불량을 일으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고객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평점이 정해지면 평점의 높고 낮음에 따라 대출한도 및 이자율을 차등화 함으로써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위험관리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일반 투자가들은 주식·채권이 어떠한 위험 하에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제공하는지 증권발행사에 비해 정확한 정보를 갖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가들을 대신하여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재무상황, 경제적 환경 등 정치·경제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발행자의 신인도를 등급으로 매기는 전문기관들이 신용평가사들이다. 이들은 증권발행기관을 직접 실사하면서 이들에 대한 신용을 지수로서 평가한다. 신용평가회사(Credit Rating Agencies)들은 1800년대 미국에서 채무자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하여 탄생하였다. 1837년 루이스 태펀(Lewis Tappan)은 상인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는데, 세계 최초이자 바로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 Investor Service)의 전신이었다.
현재 Moody’s, S&P, Fitch IBCA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이외에 각 국가 및 지역별로 34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들이 활동 중에 있다. 신용평가 결과는 단순히 투자자에게 투자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재무건전성 감독의 수단으로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평가등급은 투자한 회사가 파산할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파산해도 투자한 돈은 돌아올 가능성이 지극히 높은 ‘투자등급’은 AAA·AA·A·BBB로 매겨진다. 반면 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한 돈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낮은 ‘투기등급’은 일명 junk bond라고 불리는데 BB·B·CCC·CC·C·D로 매겨진다.
세계 신용평가시장은 이들 ‘Big 3’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S&P와 무디스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은 평소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 일반기업, 국가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매겨두고 수시로 신용등급을 재평가해 발표한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마다 대상을 평가한 결과가 다 같지는 않다. 평가의 기준이나 방법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평가를 위해서 해마다 각국에서 현장 실사를 진행하며 각종 자료들도 수집해 분석한다. 이들 세계 신용평가기관들은 각 국가들에 대한 신용도 평가도 실시한다.
국가가 거액의 재화와 자금을 국제적으로 거래하려면 외화자금을 들여 올 수 있어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낮추면 국가는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진다. 1997년 말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S&P와 무디스 등의 해외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대폭 낮췄다. 그 바람에 주가는 더욱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렇게 해서 맞게 된 것이 국가가 금융 재정의 자주성을 상실하였던 IMF관리체제였다. 2020년 6월 현재, 무디스와 S&P에서는 AA로 평가하였고, 피치의 평가는 AA-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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