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은 지방도 살리고, 지방국립대도 살리는 것
시대정신은 지방도 살리고, 지방국립대도 살리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0.11.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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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2020학년도 모집 인원 및 합격포기 인원 현황에 따르면 경상대는 정시 모집인원 대비 미등록 인원이 99%에 달했다고 한다. 929명 모집에 920명이 합격을 포기한 것이다. 강원대 98%, 전남대 78%, 부산대마저 75.3%에 달하니 예사일이 아니다. 또한 입학 후에도 학생들의 ‘탈 지방’ 흐름이 심화되고 있는데 강원대는 올해 자퇴한 753명 중 절반가량이 진학과 편입학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전남대(620명), 부산대(642명), 경북대(796명)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수도권 국공립대인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자퇴생과 비교하면 거의 3배 가량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고 결국 지방대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2020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제주대 초등교육학과 합격선이 인문계 253위로 유일하게 300위 안에 들어 2009학년도에 거점국립대 학과가 34개나 포함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연계의 일반학과 또한 2009학년도에는 300위권 내에 21개 학과가 있었지만, 2020학년도에는 경북대 모바일공학과 등 단 3개 학과만 포함됐다고 한다. 예전에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웠던 강원대, 전남대, 부산대, 경북대마저 총체적 위기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대학 분야 역시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 지역에선 흡수통합도 좋으니 경남과기대와 경상대가 통합만 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처럼 시대정신 운운하기도 한다.

지역균형발전과 맞물리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는 단순히 시늉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물론 혁신도시만으로도 역부족이다. 그 대책으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논의되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처럼 경남과 부산이 서로 나뉘어서는 더 이상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방국립대 역시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화의 주요 원인인 대학의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그 성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체계의 광역화에 보조를 맞춰 지방국립대 역시 1도1국립대와 같은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어중간한 통합으로 인한 기존 국립대의 인위적 소멸은 그 지방의 소멸을 더 재촉하고 ‘110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경남과기대’만 법령상 ‘폐지되는 대학’으로 기록될 뿐이다.

지방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 이벤트가 요구된다. 다행히 여당에서 지방국립대 무상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았고, 여당 대표가 혁신도시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지원책은 관련 법률의 개정으로 가능하기에 먼저 1도1국립대 ‘연합’을 채택하는 체제에 대해서부터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우수한 인재가 지방국립대 진학 후 혁신도시공공기관에 취업하고, 혁신도시에 입주하여 아이들을 출산하는 선순환 모형이 확립될 것이다. 굳이 ‘인서울(in Seoul)’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되고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지방정부는 이를 마중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추가해 나간다면 지역균형발전 가능성은 높다 하겠다.

지방국립대가 살아나야 지방도 산다. 일부 지방국립대간의 소통합보다 더 큰 그림인 1도1국립대 형식의 ‘연합’을 통해 각 대학의 캠퍼스별 특성화를 조율하고, 그 연합체제에 대한 무상교육과 같은 획기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 진정한, 그리고 현명한 시대정신이다.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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