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역사가 고등교육의 역사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역사가 고등교육의 역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1.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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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객원논설위원·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1905년 일제는 을사늑약을 강제 체결하고 우리나라의 농업을 일본 자본주의 체제로 확고하게 편입시키기 위해 농업구조 개편을 서둘렀다. 일제의 감독과 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한제국 정부는 중농정책을 펼쳤다.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농업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진주종묘장 설치 이후 농업교육에 관한 진주 인근의 관심도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남관찰도에서는 진주에 실업학교를 설립하기로 한다. 1909년 4월 27일 칙령 제56호로 공포된 ‘실업학 교령’에 의하여 설립 인가를 받는다. 진주 낙육재에 실업학교를 설립할 계획으로 모인 인사들은 협의 후 기본금은 낙육재 소유 재산 1000여 환과 지방비 2000여 환, 학부 보조금 1000여 환을 합해 설립하기로 했다. 그리고 1910년, 당시의 낙육고등학교를 중수하여 2년제 진주공립실업학교가 마침내 문을 열게 된다.

진주공립실업학교가 개교한 것은 1910년이지만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전통과 민족주의적 기상은 영남의 최고 교육기관이었던 낙육재에 닿아 있다. 낙육재 터에 세워진 진주공립실업학교는 1911년 진주공립농업학교로 개칭하고 1921년 진주시 칠암동으로 옮긴다. 이 터에 1923년 당시 경남 자혜의원이 이전해왔고 이후 도립 진주의료원이 들어서고 2008년 중앙병원이 개원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지난 110년 동안 나라가 어려울 때는 가장 먼저 앞장섰다. 문화부흥과 농업 근대화를 위한 시간이었다. 진주 3·1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청산리대첩’에 참전, 군자금 모금 운동을 전개한 장두관 등 수많은 독립 운동가가 있었다. 한국 최초의 인권운동가, 형평운동의 아버지 강상호는 천석꾼의 유산을 조국광복과 인권운동에 바쳤다. 6·25 때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학도병이 참전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까지 조국이 위태로울 때 구국운동에 앞장섰다. 학도병 참전비는 구 시청자리에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면서 대한민국의 불교 정화에 크게 이바지한 청담 대종사 이찬호, 우리나라 3대 근대화가 중 한 분이며 ‘한국의 피카소’, ‘민족혼의 화가’로 칭송받는 내고 박생광 화백, 서예의 거장 은초 정명수선생, 지방문화제 창시자 설창수 선생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또한, 장편소설 ‘지리산’의 작가 나림 이병주, ‘낙화’의 주인공 이형기 시인도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1910년 농업입국을 기치로 순종황제의 칙령에 따라 설립된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여덟 차례 학제와 이름을 바꾸어왔다. 한 세기의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눔과 확산’이었다. 1920년대에 진주교대를, 1950년대에 남중과 경상대학교를 분리하며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나눔을 통해 확산해왔다. 올해 110년을 맞아 지난 역사를 정리해보면 경남과학기술대학교만의 역사가 아니라 진주교대의 역사였고, 남중의 역사이며, 경상대학교의 역사였다. 이제 시대적 기운도 확산에서 융합과 통합으로 바뀌고 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67년 전에 나누어졌던 경상대학교와 다시 하나가 되는 융합과 통합을 통해 경상국립대학교로 거듭났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지난 4월 30일이 110주년 개교기념일이었으나, 코로나로 11월 19일 학내구성원과 동창회원들만으로 학내 행사를 가졌다. 110년사 봉정, 옛 정문에 진농의 마크 제막식과 100주년 기념관에 동창분들의 서화를 전시하고 있다. 2021년 4월 30일에는 통합대학인 경상국립대학교 111주년 개교기념일 행사가 성대히 개최 될 것이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이 지역 고등교육의 역사이자 산파로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난 110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면서 항상 변화하고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왔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함께 걸어온 110년 역사 위에 경상국립대학교로서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

 
김남경 객원논설위원·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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