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뒤의 친구들은 안 그런데
너만 그렇네
붉게 물든 내 볼처럼
꼭 너만
발랄한 디카시 한 편을 본다. 붉게 물든 단풍잎에 넌지시 마음을 빗대어, 데이트라는 제목과 함께 툭 던지는 맛이 일품하다. 유독 제 빛깔을 다하는 단풍의 저 붉은 색을 보는 순간 내 마음 또한 그러하다는 말의 품새. 독자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첫 데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시의 촉수를 건드려주는 자연의 선물이자 오래전의 기억을 소환해 주는 추억의 프레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만나는 자연이나 사물들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과 함께 깊은 성찰에 가 닿기도 하는 까닭이다.
내 손 안의 작은 휴대폰 속에 담겨 있는 모든 영상들. 감동으로 포착한 영상은 이미 디카시의 50%는 완성이 되었다고 본다. 시적언어를 결합하여 한편 한편 디카시를 완성해보면 어떨까. 코로나 시대의 우울을 극복하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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