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담그기
김장담그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11.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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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병수내과원장
 
 
어느덧 12월이 다가와 있다. 이맘 때면 부모님과 친척들이 합심해서 김장 준비에 들어간다. 사실 학생시절 다 버무린 김치를 운반하러 짐꾼역할을 한 것 외에는 한 번도 제대로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큰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김장 일정이 잡히면 시골의 할머니 댁에서 하루정도 아예 자고 온다. 자주 모이지 못하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만날 수 있고, 또한 워낙 할머니 댁이 넓어서 숙박하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김장일정은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 일정이었다.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토요일 오전 큰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전날 주문한 배추 씻는 작업을 마쳐 양념에 버무리는 작업만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조부모님과 이모님들은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비슷한 나이의 사촌들은 다른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이제 막 중학생이나 될 법한 조카들도 많이 와 있었다.

사실은 김장하는 일을 도와드리려고 계획한 일정이었는데 어르신들은 특별하게 도울 건 없고 나중에 옮겨주는 일만 하면된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가족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옮기거나 심부름을 하면서 김장일을 도왔다. 가끔 시간이 날때는 어른들에게 불려가 요즘 근황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었다.

김장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예전에는 친척들이 전부 모여 거의 200포기가 넘는 양을 담궜다. 너무 많은 양이어서 김장을 할때는 쉽게 지치고는 했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김장을 건너뛰는 친척들이 늘면서 절반가량 줄어서 100~120포기만 담궈 일이 수월해진 것이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저녁 6시를 훌쩍 넘기고 김장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 배분작업이 진행됐고 마무리 인사도 나눴다.

늘 그랬듯이 저녁에는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김장김치와 같이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큰집에서 김장을 했는데, 그때의 친척 어른들은 예전과 달리 많이 노쇠하였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왁자지껄하고 정겨웠다. 부모님도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며 많이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볼때 이런 시간을 계속해서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도착해서 친척 어른들께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연말에 시간을 내어 이런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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