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광고의 순기능과 역기능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광고의 순기능과 역기능
  • 경남일보
  • 승인 2020.11.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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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공기는 산소, 질소, 광고로 되어 있다’고 한 로벨 갤런의 지적처럼 오늘날 우리는 범람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기업들이 신문, 텔레비전, 잡지, 라디오 등을 통해 지출한 국내 총 광고비는 11조9747억원으로 집계되었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에는 전 세계 기업들 가운데 광고·선전 관련 지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발생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에 따른 리콜 이후 이미지 개선을 위해 광고 선전비를 일시적으로 대거 집행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광고컨설팅업체 애드에이지가 2018년 12월에 발표한 ‘세계 100대 광고주’ 명단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광고의 역사는 이미 3000년 전에 도망간 노예를 현상금을 걸고 찾는 내용이 파피루스에 쓰여 진 것에서부터,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격투 장 관람을 안내하는 글이 쓰인 검투사의 그림이라든가 로마 원형극장 기둥에 붙어 있는 전단 등에서 찾는다. 그러나 현대 광고는 자본주의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대중적인 소비 없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세계가 유지될 수 없고, 소비를 확대시키려면 수요의 창출과 관리를 위한 매커니즘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데 그것이 곧 현대 광고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개인·단체가 상품·서비스·이념·신조·정책 등을 세상에 알려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 투자하는 정보활동’이 광고(advertising)라는 개념적 의미에서 그 이유와 목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광고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광고를 여러 기능으로 나누어 설명하지만 광고의 경제적 기능은 정보 제공의 기능과 설득적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새로운 상품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됨에 따라 본능이 자극 받게 되고 구매욕이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를 접한다는 것은 그때까지 평온하게 지내오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정신적 긴장 상태를 유발시키게 된다. 그래서 사회학자 벨은 “광고는 단지 욕구를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습관까지 바꾸기 위해 정교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각종 세련된 잡지들에 나오는 광고는 옷 입는 법, 집 꾸미는 법, 올바르게 포도주를 사는 법을 가르치는 등, 요컨대 새로운 지위에 걸 맞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새로운 문화의 도입, 문화의 개편에 기여하는 기능도 하는 것이다.

광고는 소비를 촉진하여 생산을 증대시키고, 기업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며 제조 회사 간 경쟁을 자극하여 양질의 상품 생산하도록 하는 등의 경제적 기능 외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건전한 소비 가치관과 소비 습관을 형성시켜주는 사회문화적 기능과 같은 순기능적 역할을 하지만, 앞서도 잠깐 지적한 바 있지만, 광고의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왜곡된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향락 풍조와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부추기고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의 모방심리와 쾌락 지향적인 생활방식을 자극하는가 하면 문화수준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때로는 외래어나 비속어의 남용은 문화적 정체성을 저하시키고 외설적인 내용 등은 선정성이나 혐오감을 유발하여 사회의 품위와 취향을 떨어트리며 허위, 과장 광고는 해당 기업과 상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업 간 지나친 광고경쟁은 사회적 경제 자원의 낭비와 더불어 상품가격의 상승요인이 되기도 하고, 광고할 수 있는 기업의 독점과 시장 지배 강화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일리노이 대학 사회학과 B. 리즈먼 교수는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에서 ‘광고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인간에게 있어서 보다 중요한 정신문화를 타락시킨다’고 광고의 유물주의를 비판하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현대인은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광고가 부추김으로써 자칫 병든 인간, 병든 사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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