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48)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대
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48)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대
  • 경남일보
  • 승인 2020.11.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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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대의 도전
경남·울산·서울 20명 대원 세계 최고봉 등정
국내 여성 최고령 송귀화 등 10명 정상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대원들과 셰르파들
2007년 한국 히말라야 등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등반에 상업 등반대를 조직, 정상 도전에 나선 것이다.

김해지역 산악인을 중심으로 경남과 울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20명의 대원들이 상업등반대에 참가했다. 이번 상업등반대는 8000m 14좌 등반에 나선 김재수 대장을 중심으로 고미영, 윤치원 등 전문가들이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지만 경비가 많이 든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1990년대 외국에서 왕성한 활동

상업등반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싶은 산악인들은 비싼 원정 비용으로 도전에 나설 수 없었다. 에베레스트 원정에 드는 비용은 원정대 5명 기준으로 입산료 7만 달러를 내야하며 1명이 추가할 때 5000달러를 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식량과 장비를 구입하고, 포터를 동원해 엄청난 수의 포터를 고용해야 한다. 5명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경우 2~3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전문 등반가들은 많은 산악인들이 비용 문제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고민하는 것에 착안, 세계 각국 원정대원을 모으고 인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천만 ㎧원을 내고 참여시키는 상업 등반대를 조직했다.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대는 조금 저렴한 비용으로 등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아마추어 산악인들도 상업 등반대원으로 참여하면 셰르파들과 산소의 도움을 받아 정상에 설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에베레스트 정상 가는 길
1996년 대참사…12명 사망

그러나 1996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선 상업 등반대가 등정 후 악천후를 만나 1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원정에 참여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존 크라카우저가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희박한 공기속으로(INTO THIN AIR)’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에서 수백만 권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산악인들의 무모한 등반에 대한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의 지붕에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상업 등반대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2007 플라잉점프 김해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2006년부터 상업 등반대로 20명의 대원을 모집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원정대원은 60대 1명, 50대 3명, 40대 5명, 30대 8명, 20대 3명으로 구성됐다. 여자 대원도 3명이 포함됐다. 대원들은 고산에서 살아남는 방법들을 숙지하며 기본 체력을 다졌다. 한편 원정대는 20명의 대원이 3개월간 사용할 수많은 물품을 항공 화물로 네팔로 보냈다.

 
 
얄라피크서 고소적응 …BC 도착

2007년 3월 13일 원정대는 머나먼 도전의 길을 나섰으며 방콕을 경유해 네팔에 도착했다. 3월 19일 원정대는 고소적응을 위해 랑탕 히말라야의 얄라피크(5830m)를 13일간 적응 등반을 하고 다시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소 적응인 만큼 원정대는 전 대원들의 건강 체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원정대는 최종 물자를 정리해 네팔과 중국 국경에 도착했다. 그들은 중국등산협회에서 제공한 지프로 티베트로 향했다.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고원 지대를 사흘간 이동해 딩그리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멀리 초오유(8201m)와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곳에서 고소적응 등반을 하며 다시 지프로 이동해 풀 한 포기 눈에 보이지 않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200m)에 도착했다. BC는 큰 암벽이 깨진 바위, 바위가 부서진 자갈, 자갈이 깨진 모래, 그리고 히말라야를 실감하는 얼음기둥 밖에 없는 황량한 곳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검은 돌기둥 같이 스핑크스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무시무시한 산을 과연 오를 수 있을까?’ 대원들은 두려움반 걱정반으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며 컨디션을 유지하려 애를 쓴다.

 
 
하이캠프 등반…고소 적응에 어려움

4월 13일 본격적인 등반에 나섰다.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에서 1캠프(7100m)까지 고도가 너무 높아 중간에 하이캠프(6300m)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음날 하이캠프까지 꼬박 10시간이 걸렸다.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원들은 고소 증세를 보이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이캠프는 거대한 빙하지대 빙탑 바로 옆에 있는 협곡에 있었다. 정면으로 에베레스트 북릉과 옆으로 창체봉(7500m)이 우뚝 서 있었다. 눈사태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원정대는 빙하 위에 텐트를 쳤다. 바닥은 냉기와 함께 차갑기 그지없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이 더 많았다. 오후만 되면 가스와 함께 눈보라가 하이캠프를 덮쳐왔다. 대원들은 1캠프(7100m)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60도 이상 되는 청빙지대와 설사면을 따라 8시간을 등반해야 했다. 2캠프는 7900미터 지점에 설치하고 3캠프는 일반 원정대에 비해 훨씬 높은 8300m에 설치하기로 했다. 보통 원정대는 4캠프를 8000미터 사우스콜에 설치하지만 이번 상업 원정대는 3개 캠프를 설치하고 곧바로 정상으로 가는 모험을 택했다.

3캠프는 높게 설치…등정 확률 높여

김재수 대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 “원정대는 전문가들과 8000m 고산을 등반하지 않은 아마추어 산악인들이 함께 있었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이른 시간 내 정상에 갔다 와야 등정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결국 캠프를 줄이는 것이 대원들의 체력을 아끼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7년 에베레스트 2캠프에서 출발
대원들은 하이캠프와 2캠프를 서너 번 오가며 고소적응과 자신의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에 모인 각국 원정대와 함께 날씨 정보를 공유하며 5월 16~20일을 ‘D-day’로 정했다. 김재수 대장은 전문 산악인들이 먼저 출발해 길을 만들고, 8000m 이상을 처음 오르는 대원들이 뒤를 따라 등반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5월 13일 9명으로 구성된 1차 공격조가 하이캠프를 떠나 3캠프에 도착한 후 정상으로 향했다. 남은 대원들은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다음날 송귀화, 정재복, 송기봉 대원이 출발했다. 5월 17일 나머지 대원은 하이캠프를 출발했다. 3캠프(8300m)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마지막 체력을 쏟아부으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나아갔다.

 
국내 최고령 여성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세운 송귀화 대원(가운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원정대 제공
정상에 선 윤삼준 대원. 사진제공 윤삼준
송귀화 5월 17일 59세 최고령 등정

5월 16일 김재수 대장을 비롯해 고미영, 이성인, 이상화, 김지우, 윤치원 대원이 올랐고 다음날 정재복, 송귀화 대원이 정상에 섰다. 송귀화 대원은 5월 17일 오전 8시 30분 59세의 나이로 국내 여성 최고령 등정 기록을 세웠다.

송귀화 대원은 회상했다. “출발 전 가슴이 뛰고 많이 긴장했다. 어둠 속에서 앞 사람만 보고 걸었다. 날이 밝으면서 정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소도 거의 느끼지 못했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2캠프에서 산소를 사용한 것이 컨디션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됐다.”

5월 19일 윤삼준 대원이 정상에 올랐고, 5월 20일 박경효 대원이 등정하며 원정대원 20명 가운데 10명이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뤄냈다. 윤삼준은 회상했다. “5월 18일 자정께 혼자 출발했다. 3캠프에서 외국인 한 명이 죽었고 등정하는 구간에 다섯 구의 시체가 있었다. 밤에 홀로 만나는 시체는 무섭기 보다는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나 역시 이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는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는 오전 9시 50분 드디어 세계의 지붕에 섰다.

한편 윤치원이 포함된 정상 공격조는 세컨드 스텝(8625m)에서 정체 현상과 마주했다. 필리핀 여성 두 명이 높이 6m 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었다. 보통 남자의 경우 3~5분 정도 걸렸지만 그들은 30분 이상 씨름을 하고 있었다. 윤치원은 웅크리고 앉아 기다렸다. 그는 저체온증을 느꼈다. 더 큰 문제는 윤치원 대원 앞에 무려 스물일곱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많은 산악인들이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윤치원은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세컨드 스텝을 통과하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박명환 경남산악연맹부회장·경남과학교육원 홍보팀장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핀 무지개. 윤치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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