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칠종칠금
소설 삼국지의 칠종칠금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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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순서를 정하거나 승패를 결정할 때 흔히 가위 바위 보로 한다. 가위는 보에 이기고, 보는 바위에 이기고, 바위는 가위에 이긴다. 키가 크다고 이길 확률이 높지 않고 힘이 세다고 유리한 것은 아니다. 1패한 경우 앙앙거리며 “삼시삼판(三時三判)에 삼판양승이다!” 승자는 으레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면서 응한다. 2패로 승부가 났지만, 5판3승을 하자며 떼를 쓴다.

200년대 전투는 적장이 포로가 되면 끝이다. 승자가 목을 떼었다 붙였다한다. 패배를 수용하지 않아 7번 풀어주고(縱) 7번을 잡았다(擒)! 이는 상대의 지략과 전술을 손바닥 보듯 하고 심적 승복을 이끌어 내는 고등 전술이다. 누구와 누구의 대결이기에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

‘삼국지연의’를 한글로 옮겨 ‘삼국지’로 출판되고 있는 우리말 삼국지에 제갈량이 맹획을 칠종칠금(七縱七擒)한다. 위연에게 생포되고, 부장 동도나와 추장들에게 잡혀, 동생 맹우와 짜고 동생이 예물을 바치다가 거짓 항복 들통, 좁은 길에서 제갈량을 만나 도망가다 함정에 빠져, 양봉이 도우려왔다고 연회를 베풀고 술에 취하여 양봉에게 잡혀 넘겨졌고, 처남이 맹획과 축용부인 및 일족을 잡아와 거짓 투항을 하지만 발각되어 생포된다.

7차 생포는 극적이다. 맹획은 오과국의 주인 올돌골(兀突骨)에게 도움을 청한다. 올돌골은 키가 12척이고 뱀과 사나운 짐승만 먹으며 몸에 비늘이 돋아 있어 칼이나 화살이 뚫지 못한다. 군사들은 등갑을 입었는데, 물속에 들어가도 가라앉거나 젖지 않고, 칼과 화살이 뚫지도 못한다. 제갈량은 마대에게 “검게 칠한 궤짝 실은 수레를 줄 테니 대나무 장대 1000개를 사용하여 궤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여차여차 하게 하라. 군사들을 반사곡 양쪽 어귀를 지키고 있다가 시키는 대로 하도록 하라.”

오과군을 골짜기로 몰아넣고 산위 양편에서 횃불이 내던져 졌는데 묻어둔 화약 도화선에 불이 붙어 철포가 날아올랐다. 계곡 안은 화광이 난무하였다. 불이 등갑에 떨어지기만 하면 불붙지 않는 것이 없어서 올돌골과 부하들은 서로 껴안고 불에 타 죽었다. 맹획은 마대에게 생포되고 마침내 승복한다. 화약은 13세기 전쟁에 사용되었는데 225년에 제갈량이 지뢰로 3만 등갑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는 나관중의 시간마저 소급한 소설적 표현이다. 군신으로 일컫는 관우도 버거운 12척 올돌골은 8척 제갈량의 묘책에 한줌 재가 되었다.

‘삼국지’는 진(晉)나라 진수가 280년에 위촉오 역사를 기전체(紀傳體)로 기록한 실록, 허위 사실이나 사실의 은폐 과장, 왜곡이 용납되지 않는 정사(正史) 삼국지이다. 삼국지연의는 14세기 나관중이 삼국지를 각색한 책이다.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傳). 건흥 3년(225) 봄. “제갈량은 군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정벌을 나서 이해 가을에 모두 평정했다”로 기록되었다. 우리말 삼국지는 나관중이 ‘남쪽으로 정벌을 나서’라는 구절을 남쪽 지방에 사는 민족을 낮잡아 보는 오랑캐라는 남만(南蠻)에 착안하여 남만 정벌을 제목으로 뽑고 가상인물 맹획을 등장시킨 것이다. 제갈량의 남만 정벌은 사실이고 칠종칠금은 허구! 나관중은 책이름에 사실(史實:義)을 부연하였다는 뜻의 연의(演義)를 붙였다. 이는 독자에게 나의 책은 정사(正史)가 아니며 재미에 빠져 허구의 경계선을 넘지 말라는 적색등! 삼국지를 각색한 ‘칠실삼허’라는 삼국지연의를 우리말로 옮겨 ‘삼국지’로 하면 정사 삼국지로 착각하여 칠종칠금을 사실로 알게 된다. 한번 착각은 평생을 갈 수 있다. 연의에 버금가는 소설(小說)을 사용하여 우리말 삼국지를 ‘소설 삼국지’로 알고 읽어야 하겠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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