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능 이대로 좋은가?
[기고]수능 이대로 좋은가?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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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권 (전 경남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
코로나19에 따른 유례없는 공포와 불안 속에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다.

그동안 교육청의 수능담당자와 고사지구책임자인 학교장을 비롯한 감독선생님들은 십년감수 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우려와 걱정도 어떠했는지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같은 마음으로 용기와 희망을 보낸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치러진 수능인 만큼 수험생들의 결과도 모두 만족스럽게 나오기를 기원한다. 수능으로 인한 코로나19 후유증도 없기를 바란다.

지금의 수능은 30여년 전인 1994년 처음으로 시행됐다. 예비고사와 학력고사를 거쳐 수능에 이르렀다.

첫 수능 당시 응시생은 75만명에 달했지만 2020년 올해 응시생은 49만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대입정원은 30만명대에서 현재 50만명으로 증가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입시환경이 많이 달려진 것이다. 지금의 출생률을 보면 향후 응시생은 4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응시생 감소추세는 막을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입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능은 초·중등교육에 많은 문제점을 안겨 주고 있다. 기초학력과 인성교육에 우선적 가치를 둬야하는 초등에서부터 대입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요구에 학교는 힘들어하고 있다.

중등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능을 대비한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사고력을 키우고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얻고자 하는 교육은 사라진지 오래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교에서 수능에 필요 없는 교과목과 학생들의 교실은 선생님들이 통제하기 힘든 곳이 됐다.

서로 도와가며 성장하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를 무너뜨리고 성장하는 비정상적인 경쟁을 요구하는 현재의 수능등급제와 그것만으로 합격을 결정짓는 대입제도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수능과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우리와 같이 일제고사식, 한번의 시험으로 12년의 학교생활을 결정짓는 나라는 없다.

물론 우리도 수능과 관계없이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그들도 대부분 수능을 준비하고 응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은 대입을 위한 준비단계이고 수능은 초·중등교육의 교육과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수능은 수명을 다 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또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비대면사회가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학교에서도 원격수업이 대세를 이룰 것이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통제에 벗어난 학생들을 가정에서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 변화시켰고 우리는 단단히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고 초·중등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제 수능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초·중등교육을 담당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능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초·중등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정상화는 요원할 뿐이다. 출발점을 위해 논의를 소망한다.

 
김상권 전 경남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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