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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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아이였을 때를 기억해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 혹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자라 성인된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 학교, 이웃이 모두 힘을 합쳐 교육하고 양육하고 키워나간다는 의미로 아이를 대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긴 속담이다. 아이는 자라 우리처럼 어른이 된다. 아이는 곧 우리의 미래 자화상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나오는 아동학대사건들은 이런 마음들을 무색하게 하는 것을 넘어 그야말로 참담하게 한다.

전남 여수에서 2개월된 아기의 주검을 냉동고에 2년채 방치한 사건, 지난 6월 창녕에서 아동학대에 견디지 못한 아이가 집을 뛰쳐 나와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되어 세간에 알려진 사건, 동생을 만들어 준다며 입양해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광주 서구청 한 어린이집에서는 달팽이가 나오는 밥과 거미가 떠있는 국을 제공한 사건 등 한동안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진주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19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는 진주시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학대사건 피해아동의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제대로 된 보호조치, 후속조치가 없어 도리어 2차가해를 받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11월 19일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이었다. 이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 학대 건수는 2015년 1만9214건에서 2016년 2만9674건, 2017년 3만4169건, 2018년 3만6417건, 2019년 4만1389건 게다가 2014∼2018년 5년간 아동학대 사망 아동은 132명에 달했다고 한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가 77%로 가장 많았고, 대리양육자(교직원,아동시설 종사자등)15.9%, 친인척 4.5% 등 순이었다. 신고되지 않은 것, 드러나지 않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것이라 짐작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누구든 거쳐 가는 어린시절이 동화처럼 아름다우면 안되나. 아이가 자신의 인격이 존중받으며 생존의 욕구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가 조력해 줄 수 없나.

온전히 사랑받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란 아이가 사회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사회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자. 학대하는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부모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어린이집 등 어린이보호기관에는 실천가능한 학대예방지침을 만들고, 학대예방을 위해 교사 자격기준강화하고, 기관 처벌강화 등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방적 차원에서 신고체계 구축과 아동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위한 홍보도 필요하다. 학대받는 아이를 위한 학대상황에서 즉시 분리, 심리치료구축과 같은 구제 대책 역시 촘촘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 정국에서 감염의 위험, 경제위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가고, 보육교사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은 채 교사 개인의 자질과 인성만 탓하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결국 사회적 문제를 약자에게 폭력으로 행사되어 악순환의 고리 사회적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이제는 형식보다는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공동체 속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는 피해자 학부모가 기자회견하며 울지 않도록, 아이가 학대받으며 죽는 일이 없도록, 보육교사의 과중한 업무로 짓눌리지 않도록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가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함을 잊지 말자. 함께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는 공동의 과제가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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