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10월 상달의 추억
[독자투고]10월 상달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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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

 

‘시제’는 문중마다 제사를 모시지 않는 조상들에게 제실 또는 묘소를 찾아 후손들이 조상의 은덕과 평안을 기원하며 지내는 민족의 오래된 세시풍속이다.

시제를 지내는 일자는 가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10월 상달에 집중된다. 왜 10월을 상달로 택했을까. 예부터 음력 10월은 신곡을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 하여 상달로 불린다. 신과 하늘에 제천의례를 행한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지금은 양력으로 행하지만 10월 초사흗날에 개천절도 이러한 유래에서 비롯되었다.

이 때는 어린 시절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농부들은 들판에 곡식을 거둬들여 곳간에 저장하고 1년 먹을 김장을 하는 시기다. 지금은 조상을 모시는 제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 때만 해도 대부분 오래된 조상 묘소를 직접 찾아 제문을 읽고 정성껏 준비한 햇곡식으로 빚은 떡, 돼지머리, 각종 과일과 같은 제물로 모셨다. 시제의 마지막은 떡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 때 어린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시제를 지내는 묘소를 찾아 언 손을 불며 끝나기를 기다려 한몫을 챙기고, 안 받은 척 하며 한 번 더 손을 내밀다 혼 줄이 난 기억이 살아난다.

상달에는 시제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집안의 성주, 조상, 가택 신들에게 햇곡식으로 빚은 시루떡을 비롯한 제물을 차려 한 해 풍요를 준 신들에게 감사하고 가내의 평안과 건강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고사를 마치면 떡을 장독대, 광, 부엌, 외양간, 화장실 등 구석구석에 뿌리고 다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시제와 고사의 대상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이웃 간 나눔의 행사라는데 의미가 있다.

흔히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알고 있으나, 실제 추석 기간은 곡식과 과일이 익기 전일 때가 많아 진정한 추수감사절은 10월 상달에 지내는 시제와 고사가 우리 민족의 추수감사절이다.

세상이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지만 점점 축소되고 잊혀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 나아가 우리 민족 문화를 잘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10월 상달을 맞아 우리 모두 그 때의 추억과 풍습을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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