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갈등을 보는 시각
추·윤 갈등을 보는 시각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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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그렇잖아도 코로나19 때문에 국민의 정신적인 압박감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한 해 내내 장기화되면서 국민에게 피로감마저 가중시키고 있다. 세칭 추윤(秋尹) 갈등은 지금 3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그 끝은 알 수 없다. 라운드마다 주제를 바꾸고, 장소도 옮겨가고 있다.

제1라운드의 주제는 소위 ‘망나니 칼춤추기’ 였다. 그 장소는 무대였다. 이 무대는 물론 추상 개념이요, 가상공간이다. 제1라운드에, 추 법무장관이 권력의 대리인으로서 칼을 들고 등장했다. 그가 등장하는 곳이 바로 칼춤 추는 무대였던 곳. 제1라운드는 올해 6월 25일에 끝을 장식했다. 이 날에 추는 여당의 초선 의원을 모아 놓고 특강을 진행했다. 말이 특강이지 윤을 비판하기 위해 미리 기획한 일. 다음 발언은 곁가지기로 위장했지만, 사실은 뿌리거나 줄기였다. “검찰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 장관 말을 (잘)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본 적 없다.” 행간 속의 말은, 당신이 내 부하니까, 내 명령을 따르라……망나니 칼끝으로 위협한, 오만한, 모욕적인 말이었다.

제2라운드는 주제는 ‘부하 논쟁’ 이라고 할 수 있다. 장소는 가을 국회. 추는 여러 차례 국회에서 불편한 심기를 쏟아냈다. 검찰총장의 주머닛돈 특별활동비까지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윤은 한 차례 국회에서 한나절 동안, 여당 국회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그의 발언 한 문장.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울림이 매우 큰 촌철살인의 항변이었다. 이 발언은 국회를 거의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 후, 현장에 없었던 여당 의원들도 너나없이 방송에 출연해 윤에게 지휘감독권을 가진 상사(법무장관)의 명령을 따르라고 겁박했다.

제3라운드의 주제는 쟁송(爭訟). 현재 겨울 법정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추는 윤의 직무를 배제하고, 또 그의 징계를 청구했다. 윤은 재빠르게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배제를 해제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법원은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맹종하면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추에게 재량권 남용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장관이 이것저것 행사한 지휘감독권도 인권 문제 등에 한해 최소한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추는 이에 반발, 즉각 항고했고, 윤은 윤대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해 불공정한 법의 절차상 하자를 적시해 헌법재판소에 호소했다.

이 법정 문제들보다 곧 있을 징계위원회가 분수령이 된다. 첫 번째 법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해임을 강행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여론의 후폭풍을 맞을 것이다. 권력층이 입만 열면 말하는 검찰개혁의 미명은 결국 검찰이 권력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 즉, 검찰 길들이기다. 국민들도 절반 이상이 그렇게 알고 있다.

정권의 몰락은 대리인의 오만한 발언, 안하무인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비근한 예는 4년 전의 총선 때. 당시 공천위원장인 이한구는 “공천 탈락 사유를 더 이상 말하면, 병신이 된다”고 했다. 당대표인 김무성에게도 바보 같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왜 병신이며, 바보인가? 대통령(박근혜)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니까.
 
송희복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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