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하이에어
반갑다! 하이에어
  • 문병기
  • 승인 2020.12.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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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모든 게 멈추었던 사천공항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하이에어란 소형항공사가 끊어진 사천과 김포, 그리고 제주를 잇는 하늘 길을 다시 열었기 때문이다. 사천공항은 7개월 이상 항공기 한대 운항되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였고, 많은 이들은 ‘사천공항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고 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때 사천공항은 잘나가는 공항 중 한 곳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가 서울과 제주를 운항하면서 이용객 수가 연 8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각광받던 황금노선이었다. 주말이면 항공티켓을 구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루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2001년 11월 통영대전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급감했다. 2009년에는 연간 이용객 수가 20만 명 이하로 추락했다. 급기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늘어나는 적자를 핑계로 운항편수를 줄이더니 지난 3월부터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이렇게 되자 경남도 사천 진주 등 인근지자체 의회 상공회의소에서 사천공항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불어나는 적자에 이미 노선폐쇄를 결정한 항공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렇다고 항공사가 요구하는 엄청난 손실보전금을 지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도민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 없었다. 사천과 진주에 집중되고 있는 항공우주산업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사천공항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대형 항공사가 아닌, 저비용항공사(LCC)와 소형항공사로 눈을 돌렸다. 그동안 지원해 온 손실보전금도 대폭 올려 현실적인 해답을 찾기로 했다.

생각이 바뀌니 길이 보였다. 콧대 높은 대형항공사에 ‘살려 달라’ 읍소하는 대신, 사천공항 이용객수 등 주변 여건을 감안해 업체를 찾다보니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폼 나는 대형항공사도, 저가항공사도 아닌, 소형항공사가 운항하는 50인승이지만, 끊어졌던 하늘 길을 다시 잇는 데는 아무런 모자람이 없다. 울산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글로벌 그룹 하이에어는 지난 9월25일 사천~김포노선에 이어, 지난 5일에는 사천~제주노선에도 항공기를 투입했다. 지금은 부정기편 왕복 운항이지만 김포노선은 내년 1월부터 매일 운항하고 제주노선 또한 정기편 운항 및 공급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불 꺼진 공항’이란 비아냥거림은 듣지 않게 될 것이다. 혹자는 소형항공기 운항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있다. 50인승이라 불안하다거나, KTX나 고속버스 등 교통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곧 떠날 것이라 말한다. 분명한 것은 “경남도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사천~김포노선이 취항 70일 만에 8500여 명의 탑승객을 수송한 쾌거에 보답하기 위해 제주노선도 취항했다”는 하이에어 윤형관 회장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려와 달리 김포노선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제주노선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오르지 못할 나무만 쳐다보고 있었다면 사천공항의 하늘 길은 영원히 막혀 있었을 것이다. 경남도와 인근 지자체들의 발 빠른 대응이 이 같은 결과물을 낳았고, 공항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를 디딤돌 삼아 저비용항공사나 대형항공사들이 국내를 넘어 국제선까지 그 영역을 넓혀 갈 수도 있다. 그것이 허황된 꿈일지라도,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 하지 않았나.

 
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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