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해법을 찾다[3]기술로 안전 강화하다
전동 킥보드 해법을 찾다[3]기술로 안전 강화하다
  • 백지영
  • 승인 2020.12.0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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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업체, 친환경 교통수단 정착 기술 개발·정책 마련

국내에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가 도입된 지 2년여.

전동 킥보드 등 공유 PM(개인형 이동 장치)은 수도권은 물론 도내 지자체에도 상륙했을 정도로 급격한 확장세를 보였다.

그간 국내 어느 지역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지역 선정 문제는 공유 PM 업체가 주도해왔다. 현행법상 지자체 허가 없이 단순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역 내에 공유 PM 서비스가 시작되면 파생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는 수순을 밟았다. 일부 지자체는 ‘우리 지역에서도 귀찮은 상황이 생겼다’며 공유 PM 문제를 어디서 맡을지 기관·부처 간 업무 떠넘기기에 더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공유 PM이 지역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자체 행보에 나섰다. 신교통수단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등과 협업에 나선 부천시 이야기다.

 

지난달 11일 보행자의 날을 맞아 부천시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5곳이 PM 안전 운행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보행자의 날을 맞아 부천시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5곳이 PM 안전 운행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부천시-올룰로 ‘행복한 동행’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가 진출하지 않았던 부천시에 관련 업체들이 상륙한 것은 ‘스마트시티 챌린지’ 예비 사업이 계기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는 시민과 기업·지자체가 기술 혁신으로 도시 문제 해법을 찾는 사업이다.

원도심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부천시에 당시 공유 전동 킥보드, 공유 차량, 대리 주차 업체 등 10여 업체가 컨소시엄을 맺고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부천시는 도시 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가 있겠다는 판단하에 공모에 나섰고 사업에 선정됐다.

사업 초반 공유 전동 킥보드는 원도심에서 주택가 외곽 공유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집까지 이동할 때 사용하는 연계 교통수단 개념으로 이용됐다.

사업을 제안한 공유 전동 킥보드 ‘킥고잉’ 운영사 ‘올룰로’ 관계자는 “킥보드가 단순 레저를 넘어 이동수단이 될 수 있도록 이용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동 킥보드가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관련 견해를 확립했기보다는 민원 폭증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가진 지자체가 많았다”며 “어떻게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7개월간 예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PM이 활성화되면 차량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돼 주차 문제 감소라는 개념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부천시와 올룰로는 ‘2020년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을 통해 부천시에 도입된 전동 킥보드가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기반을 구축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동 킥보드를 둘러싼 다양한 안전 문제들을 법만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타주기만을 기대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양 측은 스마트시티 챌린지를 통한 안전 관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임훈수 부천시청 스마트시티 챌린지 총괄 담당자는 “부천시는 시민 안전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고, 업체 측은 사업 보조금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내에 킥보드가 더욱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계기로 작용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공유 PM을 배치해둔 지역의 경우 아무래도 영리 추구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며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함께 문제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안전에 대한 시민·지자체 요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시 중동 한 도로에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가 설치한 전용 거치대에 전동 킥보드들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부천시 중동 한 도로에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가 설치한 전용 거치대에 전동 킥보드들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관제 시스템 통한 자동 속도 저감=부천시와 올룰로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통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으면 2022년 도입을 목표로 관련 안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기 전방에 달아둔 관제 시스템을 이용해 특정 장소·상황에서 전동 킥보드 최고 시속을 기존 25㎞에서 10㎞ 등으로 속도로 저감하는 기술이다.

올룰로 측은 무단 방치와 2인 승차, 주행 안전 등 전동 킥보드 이슈를 첨단 기술로 정면 돌파하기 위해 현재 관련 PM 안전 기술 특허를 출원해둔 상태로, 이를 선제적으로 부천시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PM 안전 시스템은 기기 전·후·측면 초소형 카메라와 충격 센서, 통신 모듈, 마이크로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돼 전동 킥보드가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도록 한다.

전방 보행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이동 속도를 조절하고 전용 도로가 아닌 인도,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서도 속도를 저감해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

안전 문제가 제기되는 2인 이상 승차에 대해서는 충격 센서를 통한 과도한 충격 감지, ‘비전(시야) 인식’ 카메라를 이용한 탑승 인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면 상태를 복합적으로 인지해 필요할 경우 주행 속도 제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용자 안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데이터는 올룰로 관제실에 축적돼 향후 주행 위험 구간 등을 정하는 데도 이용된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전동 킥보드의 위치나 거치 상태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불량 주차 전동 킥보드에 대한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물론 이 기술 개발만이 모든 전동 킥보드 관련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부천시에는 협업 중인 올룰로의 공유 전동 킥보드 ‘킥고잉’ 400대 외에도 4개 업체가 자진해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현재 최대 900여 대가 배치돼 있다.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안전모를 쓰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는데 사고 날까봐 무섭다’ 등 관련 민원은 꾸준히 들어온다.

이 때문에 부천시는 지난달 11일 보행자의 날을 맞아 5개 공유 업체와 ‘PM 이용 종료와 동시에 당신도 보행자’라며 PM 이용자에게 보행자를 배려하는 안전 운전을 당부하는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교통 수칙 미준수로 발생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의 교통 의식 함양이 수반돼야 해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계속해 관련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과 별개로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들도 불량 노면에서 사고 방지를 위해 과거 7~8인치였던 휠 크기를 10인치로 늘리고, 차체 중량·출력을 더 높여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모델로 교체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자체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 시민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려고 하고 있다.
한 시민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려고 하고 있다.

 


◇주차 문제 해결에도 심혈=부천시와 올룰로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주차 문제 해결에도 손을 잡았다.

전국에서 최초로 공유 전동 킥보드를 주차할 수 있는 거치대인 ‘킥스팟’을 설치해 이곳에 주차를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이 거치대에 공유 전동 킥보드를 주차할지는 자율에 맡겨뒀다. 대중교통 정류장 등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아무 장소로나 이동할 수 있다는 전동 킥보드 최대 장점을 살려두자는 차원이다.

현재 부천시에는 올룰로 측이 제작한 전용 거치대인 ‘킥스팟’ 43곳을 비롯해 도로에 페인트로 전동 킥보드 주차 구역임을 표시하는 ‘페인팅 킥스팟’ 16곳 등 킥스팟 59곳이 운영되고 있다. 초반에는 전체가 거치형이었지만, 제작비용 문제와 일부 지역의 좁은 인도 폭 등을 고려해 최근에는 바닥에 페인트로 표시하는 방식도 병행 중이다.

양 측은 이러한 거치 장소 마련이 무단 방치 전동 킥보드의 확연한 감소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착지 인근에 킥스팟이 있는 경우 상당수의 이용자가 이곳에 전동킥보드를 주차하는 게 실질적으로 체감될 정도라고 했다.

양 측은 이에 더해 거치대인 ‘킥스팟’에 반납 시 전동 킥보드 대여에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경제적 혜택 부여도 준비하고 있다. 요금 절감이라는 당근을 통해 이용 질서 준수를 유도하는 것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공유 전동 킥보드가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도 준비 중이다.

부천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공유 전동 킥보드 등 PM을 대중교통과 연계해 탑승하면 최소 30% 이상의 마일리지를 적립해 줄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임훈수 총괄 담당자는 “부천시는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전동 킥보드 안전 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 중이라고 자부한다”며 “시대 흐름에 따른 전동 킥보드 확산 물꼬를 억지로 틀어막으려 하기보다는, 업체와 협업해 시민 편익이 실현될 수 있는 안전한 방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한 시민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고 있다.
한 시민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고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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