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시민의 코로나 시대 탈출법
어느 소시민의 코로나 시대 탈출법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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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가 가고 오는 것은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것이 뒤틀려 있고 우리들 마음은 생채기가 심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한해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 뭔가를 다시 찾아야 하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만이 다가오는 새 해를 좀 더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가 열린지 딱 1년 지났다. 작년 12월 이맘 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이처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까라고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글로벌 사회는 참담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마치 중세의 페스트 시대와 같은 분위기로 말이다. 달나라도 가보고 우주여행 시대도 온다는 놀라운 과학기술의 시대에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6700만명에 이르고 있고, 사망자는 1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다. 그나마 선방하던 우리나라도 연일 폭증하는 코로나 확진자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나라 전체가 딱 멈춰 섰다. 우리 진주지역도 몸살을 꽤나 심하게 앓고 있다. 코로나 청정지역인줄로만 알았는데 이통장들의 느닷없는 제주도 연수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시 전체가 패닉상태다. 급기야 시장이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리들 일상도 참 많이 변하고 있다. 며칠 전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셨는데도 조문을 가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늘 챙겨주시던 분이었는데도 말이다. 어제는 결혼식을 앞둔 옛 직원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꼭 결혼식장에 모시고 싶었는데 인원수가 50명으로 제한되어 가족결혼식으로 치르다 보니 결혼식에 초청하기가 어렵다는 애기다. 이 청년은 필자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있을 때 가장 아끼던 사무관이었기에 만사를 제쳐놓고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메시지를 애기해줄 작정이었다. 아, 이 일들을 어찌할 것인가.

일상의 변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삶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를 논하기 위해 자주 드나들던 어느 식당이 폐업을 하게 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 매일 다니던 헬스장이 문을 닫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던 어느 청년 트레이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과 어디에선가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 주변의 삶, 오늘날 코로나 시대가 가져온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울한 일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행사와 모임, 학회 활동이 중단되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동안 제대로 읽지 못했던 묵직한 책들도 밑줄 쳐 가면서 읽어도 본다. 재테크나 건강 등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도 보면서 세상사에 대해 공부도 해본다. 또 무작정 길을 나서보기도 한다. 걷고 또 걷는다. 걷다보면 무아지경이 된다. 마음도 맑아지고 다리에 근육의 힘도 불어나는 것 같다. 이처럼 간단한 방법이 나의 유일한 코로나 탈출기다.

마침 코로나 백신도 나오고 치료제도 나온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머지않아 COVID19 바이러스는 퇴치될 것이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먼저 우리 가슴 속의 바이러스를 치유하는 일이다. 희망은 늘 절망의 늪에서 다시 피워나는 법이다. 문득 대학에 갓 입학했던 풋풋한 청춘시절 애독했던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이 떠오른다.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우리의 존재는 지속되어야 한다. 갈매기가 그 날기를 포기했을 땐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우리의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땐 이미 존재가 아니다.”

 
오동호/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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