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리턴즈
몬스터 리턴즈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9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영 (시조시인·청명법률사무소)
 

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눈이 만든 풍경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 몬스터 숲이다. 겨우내 눈이 오는 산이나 들판에 나무들이 온통 눈을 덮어 쓴 채 갖가지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몬스터의 이미지 영역은 괴물, 요괴, 괴수, 두억시니, 요정, 도깨비 등을 망라한다. 세계 곳곳에 몬스터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창작되어 동화로, 소설로, 영화로 끝없이 펼쳐져 왔다. 그 중 패트릭 네스의 소설 ‘몬스터 콜스’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친숙하면서도 매우 독특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13살의 코너는 이혼녀이자 시한부 암 환자인 엄마와 단둘이 산다. 학교에서는 따돌림과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몬스터가 코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메시지는 모든 사회로 확장되는 정의와 진실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축약하고 있다.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이 말은 엄청난 혼돈을 내포한다. 예컨대, 2차 대전 때 나치에 체포된 지도자를 구출해 오던 특공대는 귀환 과정에서 그 지도자가 나치의 첩자임을 알게 되지만 민중의 절망을 우려해 함께 귀환한 뒤 환호하는 군중 앞에 지도자가 나선 순간, 한 명의 대원이 ‘히틀러 만세!’를 외치며 지도자를 쏴 죽이고는 동료들의 총격에 즉사한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어떻게 파묻히거나 변형되어 왔을까.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없다.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몬스터가 코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의도는 코너가 죄책감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코너가 밤마다 꾸는 악몽-무너지는 땅속으로 떨어질 상황의 어머니 손을 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엄마와의 이별을 앞둔 상황에서 엄마를 놓지 않고 싶은 절박감과 놓아버릴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 사이에서 생긴 마음의 짐이라고 할 때, 그것은 절망적 자괴감과 죄책감의 결합체일 것이다. 그 죄책감의 발로는 양심일 것이고 보면, 코너가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양심과 진실의 차원에서 인류 사회의 진리에 대한 금과옥조나 다름없다.

누구에게나 있고 평생의 동반자라는 점에서 몬스터는 내면에 둥지를 튼 영적 자아다. 유혹과 충동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돌파구를 제시하고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절제와 비판,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성찰과 창의력의 소산인 것이다. 나는 저 설산의 몬스터와 교감해왔을 내 안의 몬스터가 성큼 걸어나오기를 소망한다. 돌아오라, 몬스터!


김성영/시조시인·청명법률사무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