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끝자락에서
2020년 끝자락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20.12.16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이었다. ‘운수대통(運數大通)’과 ‘무사무려(無思無慮)’도 새해 소망 사자성어로 꼽혔었다. 모두가 2020년에는 아무 생각도 근심도 없이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했었고, 희망했었던 것이다. 2019년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불안했으면 이같은 소망을 꼽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러움이 앞섰었다. 그리고 어느 덧 올해가 채 보름도 남지 않았다. 2020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 선정됐다. ‘극세척도(克世拓道)’와 ‘임경굴정(臨耕掘井)’, ‘조불모석(朝不謀夕)’도 올해의 사자성어였다. 미리 마련해 두지 않고 있다가 일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서두르는(임경굴절) 정권의 무능함, 앞일이 내다보이지 않아 답답한 지경(적막강산)이었던 국가 현실, 당장을 걱정하느라 앞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음에도(조불모석), 닥친 어려움을 극복(극세척도)하고자 했던 국민의 고난이 이들 사자성어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2020년은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 재산권 위협이 컸던 한해였다. 공포, 불안, 분노, 답답함, 허탈, 탄식, 혐오, 대립, 박탈감 등으로 보낸 한해였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난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로 그 어느 해 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암울했고 우울했다. 1월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코로나19는 1년 내내 진정과 확산을 거듭했고, 지금도 폭발적으로 확산세다. 생명권에 대한 공포감이 더 커지고 있다. 1년 동안 생명권이 위협 받았는데 내년에도 그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해결책이라는 게 국민 협조에 기대는 것 외에는 없다. 거리두기, 모임 자제 등 국민 활동을 옥죄는 방안 뿐이다. 최근들어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에 정부는 허둥지둥, 오락가락하는 임경굴정이다. 국민은 앞으로도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캄캄한 적막강산이다. K-방역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새로운 방안을 찾아내려고 하기 보다는 국민을 옥죄는 정책만 고집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 노년층 등 경제적·신체적 취약계층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의 희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생존권 위협과 재산권 박탈감도 그 어느해 보다 심했던 한해였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고, 기업은 경영난으로 직원을 해고한다. 실업자는 넘쳐났고, 자영업 휴·폐업은 속출했다. 그럼에도 경제 운용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여당의 설레발에 어처구니가 없고 씁쓸하기까지 하다. 직장을 잃은 근로자와 살아갈 길이 막막한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또 3년 반동안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은 탓에 집값과 전세가가 폭등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실패를 다주택자와 투기세력,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꿈은 더 멀어졌고, 전세집을 못구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세입자와 결혼 마저도 포기해야만 하는 청년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올 한해동안 국민들이 생명 위협에,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음에도 정치권은 권력싸움만 벌였다. 정부·여당 등 정권세력은 국민의 생명권·생존권 보다 권력연장을 더 우선시했고, 야당 역시 권력쟁취에만 올인했다. 2020년 한해동안 벌인 추잡하고 더러운 권력싸움 탓에 국민의 삶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고, 고통과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권력싸움이 중단되고 국민의 생명권, 생존권, 재산권을 최우선적으로 챙기는 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2021년에는 국민이 ‘만사형통’하고 ‘운수대통’하며, ‘무사무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